코로나가 불붙인 中 '벤처캐피탈 전성시대'…4곳으로 돈 몰렸다[차이나는 중국]

코로나가 불붙인 中 '벤처캐피탈 전성시대'…4곳으로 돈 몰렸다[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2.04.03 06:32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드론업체 DJI의 드론 /사진=AFP
중국 드론업체 DJI의 드론 /사진=AFP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진료, 화상회의 등 디지털 전환 추세가 가속화됐으며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막대한 유동성이 벤처캐피탈 투자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2017년 벤처캐피탈 및 사모펀드(이하 '벤처캐피탈'로 표기) 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잠시 소강국면에 진입했으나 지난해 벤처캐피탈 모집금액이 85% 급증했다.

중국이 미국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 투자와 다른 점은 중자산(Asset-Heavy)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탈 업계의 주요 투자 대상은 대개 공장 등 유형자산이 불필요한 플랫폼·소프트웨어 기업이 많다. 이들은 대표적인 경자산(Asset-light) 기업이다.

반면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 정부가 첨단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걸면서 중국은 반도체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수반하는 중자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중국 벤처캐피탈 투자를 살펴보자.

지난해 중국 VC 모집금액은 420조원…투자는 270조원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털 투자는 초활황세를 누렸다. 보험사, 은행의 벤처캐피탈 규제가 완화됐으며 국유 기업과 산업 자본도 벤처 투자를 늘리면서 자금이 뭉텅이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기업공개(IPO) 제도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스타트업의 IPO를 통한 엑시트(자금회수)가 수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19년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기술·혁신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을 만들고 지난해 11월에는 세 번째 거래소인 베이징증권거래소를 개장하는 등 스타트업의 상장문턱을 낮추고 있다.

중국 투자전문 연구기관인 칭커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탈 업계가 조달한 자금은 전년 대비 84.5% 급증한 2조2085억 위안(약 420조원)에 달했다. 신규로 자금을 조달한 벤처펀드도 두 배로 증가한 6979개에 달했다.

지난 2014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인창신(萬人創新)'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대대적인 창업열풍이 불었다. 중국 벤처캐피털 자금 조달 규모는 지난 2017년 최고치인 1조7889억 위안(약 340조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벤처캐피탈 열풍이 다시 불면서 2017년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탈 투자규모도 사상 최고치인 1조4228억 위안(약 270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60.4% 증가한 규모로서 특히 하이테크 등 첨단제조업에서 대규모 투자가 늘었으며 전체 투자건수도 1만2327건에 달했다.

4대 투자업종은 IT, 바이오, 반도체 및 인터넷

투자금액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돈이 투자된 산업이다. 벤처캐피탈이 돈을 어디에 베팅했는지 보면 중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드러난다.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탈 투자가 집중된 4대 업종은 IT, 바이오·헬스케어, 반도체 및 인터넷이다.

투자건수로 순위를 구분하면 IT업종의 투자건수가 3166건, 투자금액은 2264억 위안(약 43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듯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투자건수가 2517건, 투자금액은 2498억 위안(약 47조460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중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 반도체 업종 투자건수는 1848건으로 3위를 기록했지만, 건당 투자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체 투자금액은 바이오에 맞먹는 2491억 위안(약 47조3300억원)에 달했다. 4위는 인터넷, 5위는 기계제조, 6위는 유통, 7·8위는 화공과 식음료업종이 각각 차지했다.

중국 벤처캐피탈의 투자에 대해, 지난 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벤처캐피탈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반도체, 로봇산업 등 하드코어 테크놀로지(Hard-core technology)로 투자영역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벤처캐피탈은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중인 반도체 산업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조달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했을 정도로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에 뒤처진 반도체 산업을 반드시 육성해야 하며 중국 벤처캐피탈은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누리기 위해 투자에 나선 것이다.

엑시트가 용이해지면서 벤처투자의 선순환 구조 형성

또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용이해진 중국 벤처캐피탈의 엑시트(자금회수)가 벤처캐피탈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 중국 당국은 기업공개(IPO)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중소 벤처기업을 위한 베이징증권거래소를 개장하면서 상장이 수월해졌다.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탈의 엑시트 건수는 4533건에 달했으며 이중 투자기업의 IPO를 통한 엑시트 건수는 3099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대비 약 세 배로 증가한 걸 보면 중국 벤처캐피탈의 자금회수가 얼마나 수월해졌을지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인수합병(M&A)/우회상장을 통한 엑시트 건수는 오히려 451건에서 203건으로 줄었다. 투자기업의 IPO가 쉬워졌으니 굳이 복잡한 인수합병/우회상장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벤처기업의 IPO를 용이하게 만들면서 투자기업의 IPO를 통한 벤처캐피탈의 자금회수가 용이해지고 회수한 자금으로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벤처캐피탈은 경제뿐 아니라 국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드론과 인공지능(AI)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DJI와 센스타임이 개발했으며 이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한 제품도 개발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인 스페이스X와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 역시 미국 국방부를 위한 제품이 있다.

세바스찬 말라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벤처캐피탈이 국력의 중요한 기둥이 됐다"며 "지정학적인 분석에서 빠뜨려서는 안되는 요소"라고 밝혔다. 향후 미중 경쟁구도를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벤처캐피탈 업계와 벤처기업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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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논설위원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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