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진 분쟁이 미국과 중동 파트너 간 관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유가상승은 산유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국제정세가 미국, 유럽, 러시아의 중심 세력에서 벗어나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공한다. 서구는 갑자기 더 이상 국제정세를 통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어떻게든 관리하려 애쓰면서 후퇴하고 있다.
이는 2023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50년 전인 1973년, 아랍 산유국들이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대한 원유 수출을 금지한 '욤키푸르 전쟁'이 발발한 해의 이야기다. 욤키푸르 전쟁 50주년을 맞아 또다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벌어졌음은 우연이 아니며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은 이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50년 전과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후 국제정세는 어떻게 바뀌었던가? 저개발국의 영향력은 그때보다 더 커졌을까, 아니면 줄어들었을까?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의 신간 '지하 제국: 미국은 어떻게 세계경제를 무기화 했나'는 이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3년 당시 석유를 무기로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석유 생산 시스템에 '초크 포인트'(choke point)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여전히 비중 있는 산유국이었지만 특히 서유럽은 중동 석유에 의존적이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서구 경제를 파괴시킬 수 있는 밸브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 제국'이 보여주는 것은 미국이 이런 위험에 직간접적으로(간접적인 경우가 더 많았지만) 노출되면서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패럴과 뉴먼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소위 '네트워크 제국주의'가 부상한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시장이 국가로부터 점점 더 분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대에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특히 후발주자인 중국을 상대로 금융, 정보, 지적재산권, 생산 공급망 등 겉으로 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전 세계 인프라를 올가미로 만들어 미국의 힘에 대한 도전을 통제하고 잠재적으로 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교묘하게 고안해 내고 있었다.
1973년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금수 조치와 욤키푸르 전쟁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지만, 네덜란드 은행가 얀 크라가 네덜란드에서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 금융통신협회) 금융 거래 시스템을 설립한 해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보안을 위해 은행 직원들이 '공유 암호책을 사용해 로그 계산을 수행'해야 했던 기존 시스템을 대체해 은행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 1975년까지 270개 은행이 스위프트에 가입했다. 오늘날 1만 10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하루 평균 4200만 개의 메시지를 스위프트를 통해 전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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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스위프트는 대부분의 국제 은행거래를 처리하는 정보 센터였다. 또한 미국 정부가 지정학적 적대국들을 상대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석유를 무기처럼 활용해온 OPEC 창립 회원국 이란을 상대로 사용한 것이 최초 사례다. 2010년대 이란과 거래를 한 금융기관들을 스위프트에서 차단함으로써 이란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사실상 격리됐다.
두 번째로 사용한 도구는 다른 나라가 미국의 허가 없이 국가 안보 위험으로 간주되는 기업에 미국산 기술이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였다. 미국은 대부분의 제조를 외주화했지만 소규모 핵심 부품을 계속 생산하거나 핵심 부품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언한 이후, 중국은 지적재산권 법의 전 세계적 집행을 통해 제3자의 행동 자유를 제한하는 수출 통제의 주요 타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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