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소프트파워 장악 [PADO]

트럼프의 소프트파워 장악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5.03.15 06:00
[편집자주]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온 지 갓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 질서는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창안한 조지프 나이는 최근 FT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트럼프 2기를 거치며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진보 성향 논평가들이 공유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저명한 정치사상가 존 그레이는 영국의 유서 깊은 진보 평론지 뉴스테이츠먼 3월 5일 기고문에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워우크'(woke)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리버럴 사상이 지배하고 있던 워싱턴의 분위기를 뒤집어 버린 것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소프트파워라는 것입니다. 그레이는 이전부터 서구 엘리트의 극단적인 리버럴 성향이 '민중'과 점차 괴리되면서 오히려 서구 리버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해 왔는데 여전히 트럼프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서구 리버럴의 주류적 관점에 비해 우리에게 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이번 논평에서 그레이는 트럼프 2.0에 대한 유럽의 대응과 대만의 앞날, '딥시크 쇼크'의 진정한 영향 등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립니다. 이제 유럽의 당면 과제는 스스로가 만든 무정부적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1월 15일 영국 외무장관 데이비드 래미와 문화장관 리사 낸디가 영국 소프트파워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시점이 흥미로웠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된 이후, 국제 문제에서 설득과 영향력이 통하던 시대는 가고 명령과 강압, 힘이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보다 더 미묘하고 역설적이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완전히 구분이 가능한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둘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때로는 모순되는 듯한 방식으로도 상호작용한다.

관세 위협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트럼프는 국경 통제와 같은 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를 사용했으며 파나마, 멕시코, 캐나다는 빠르게 굴복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이전 미국 대통령들보다 더 합리적인 행위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엄청난 군사력을 소모했다. 예측 가능한 결과는 패배와 후퇴였다. 전략적 목표의 부재와 동맹을 저버린 행위로, 서구는 자신들이 신뢰할 수 없는 상대임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선택적 전쟁'(war of choice)은 소프트파워의 행사였지만 부정적이고 자멸적인 종류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워싱턴에서 가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소프트파워를 구사했다. 환하게 웃는 트럼프에게 영국 방문을 초청하는 왕실의 편지를 전달한 것은 일견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장난스럽게 스타머에게 영국이 혼자서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걸 막지는 못했다.

어떤 상징을 활용해 아첨을 하더라도 영국이 약하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국방비 부족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영국의 국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사용해 온 결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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