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스트들: 혁명가에서 현실주의자로 [PADO]

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스트들: 혁명가에서 현실주의자로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5.03.16 06:00
[편집자주] 근래 들어 전통적인 여성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미국 등지에서 주목을 받는 등, 201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페미니즘의 열기가 이제는 한풀 꺾인 듯 보입니다. 페미니즘의 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도 아니고 페미니즘의 문제 제기가 잘못되어서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성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당시의 주된 메시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낙관했던 미래가 오지 않은 오늘날의 페미니즘을 '포스트페미니즘'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어떤 여성들은 만성 질환 등의 취약한 여성 건강 문제에 천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여성은 '신성한 여성성'이라는 신비주의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희망을 포기하고 불공평한 시스템에서 자신만의 이득을 추구하는 여성들도 나옵니다. 현대 문화와 여성 문제에 대해 섬세하고 솔직하게 글을 써온 그레이시 소피아 크리스티는 미국 시카고의 문예지 더포인트(The Point)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이러한 포스트페미니즘의 갈래들을 다룹니다. 흥미롭게도 필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으로 돌아가 현실주의적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여성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모색하자는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Anna Shvets
/사진=Anna Shvets

뉴욕에서 딱 한 번 보냈던 여름, 찌는 듯 무더웠던 그 여름에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급하게 아파트를 구해야 했던 나는 친구의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돈이 오가고 있었다. '오간다'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제 시간에 돈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없었다. 아파트 열쇠도, 적당한 투룸의 절반도, 분노에 찬 내 물음표에 대한 답변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내 기준에서는 큰 돈이었고, 경찰서로 가는 건 창피했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건 더 수치스러웠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 남은 여름 동안 남자들에게 억지로 관심을 보이며 저녁을 얻어먹었다.

이 이야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그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당황스러우면서도 복수심이 차오르는 격분 상태가 되어 모든 것이 허용되는 집요한 약자의 윤리를 받아들이게 된다. 보상을 얻기 위해 저지르는 사기에 죄책감 따위는 없다.

포스트페미니스트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을 점점 많이 접하게 된다. 시대순으로는 페미니즘 이후를, 철학적으로 보자면 페미니즘을 넘어, 페미니즘을 폐기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2010년대의 유명한 스타 페미니스트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가 겸 활동가 리나 더넘은 한때 자신이 주도하던 담론을 버리고 의사 진단서를 받아 병상에 누워버렸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에게서 영감을 얻은 걸보스 협업 공간 더 윙(The Wing)의 설립자 오드리 겔먼은 '위치는' 브루클린이지만, '시골... 감성을 살린' 홈웨어 매장을 열었다.

독서하는 배우이자 유엔 여성 친선 대사인 에마 왓슨은 남녀평등보다 유일하게 좋은 일은 성스럽게 여성스러워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지난 해 생일날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렸다. "서른 세 번째 생일이네요. 스물 아홉이 되기까진 토성 귀환(Saturn Return)의 개념조차 몰랐는데 말이죠. 오늘은 기분이 (나비 이모티콘)이에요. 나와 같은 마녀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포스트페미니즘이라고 하면 흔히 겔만의 새로운 고객층이자 1950년대, 이른바 미국 산업 중흥 시대의 코스프레를 가정으로 다시 가져와 스텝포드 가족을 위한 바느질로 진보를 무력화하는 전통적인 아내(tradwife)가 떠오른다.

지겹도록 언급되는 여성상이지만, 온라인에서 이들과 똑같이 분류되는 그녀의 자매들은 어떨까?

디톡스 상품을 찾아다니는 만성 환자, 중세 오두막부터 오늘날 툴룸에 이르기까지, 케타민에 취해 있는 여성 샤먼, '소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버렸고, 세속과 격리된 수녀원에서 소명 의식을 의심받는 수녀, 여성혐오라는 레몬을 자신을 위한 레모네이드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에 찬 완전한 사기꾼까지, 이들 모두는 스스로를 거대한 페미니스트 조직의 피해자나 생존자로 여긴다는 한 가지 공통점 말고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