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연일 국제 뉴스 공간을 메우지만 세계 곳곳에선 지금 '물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공유 조약은 최근 테러 사건을 계기로 중단될 위기를 맞았고, 미국과 멕시코도 물 채무 관계 얽혀 갈등을 빚는다.

인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민간인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인더스강 조약 효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나라가 1960년 체결한 이 조약은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물줄기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파키스탄은 수자원의 80%를 인더스강 지류에 의존하고 있어 이 물이 끊기면 수력발전과 농업 등에 타격을 입게 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의 조약 중지 선언을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전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인도가 인더스강 조약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인도는 지난해 9월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에너지 수요, 카슈미르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조약의 재검토를 공식 요구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조약상 파키스탄에 권리가 있는 서쪽 지류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키스탄의 반발을 샀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급속히 녹게 된 점도 인더스강 조약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세계기상기구(WMO)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지구 빙하는 50년 만에 가장 많이 녹아 600기가톤 이상의 물을 강과 바다로 흘려보냈다. 국제 산악통합개발센터 연구에 따르면 인더스강 여름 유량의 60~70%를 공급하는 히말라야 빙하는 2011~2020년 기간 이전 10년보다 65% 더 빨리 녹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는 빙하를 녹여 단기적으로는 물 공급을 증가시키지만, 이 빙하가 다 녹으면 결국엔 물 공급이 끊겨 물 부족 사태로 이어진다. 영국 비영리 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인더스강 조약이 지속적인 효력을 유지하려면 해당 지역의 기후 변화와 물의 순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멕시코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 전쟁과 동시에 물 전쟁까지 치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1944년에 리오그란데강과 콜로라도강의 물을 나누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 따라 멕시코는 5년마다 리오그란데강물 175만 에이커-피트(21억5859만㎥)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 대신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물 150만에이커-피트(18억5022만㎥)를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멕시코는 약속한 물을 미국으로 보내지 못했다. 멕시코 쪽 국경 지역에 미국 시장을 겨냥한 과일·야채 재배가 활발해지고 자동차·전자제품 등 공장이 늘어나면서 물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영향도 컸다. 멕시코는 물 공급 기한을 연장하며 미국에 '물빚'을 지기 시작했다. 수자원 관리 당국에 따르면 멕시코가 지금까지 미국에 제공하지 않은 물의 양은 15억5000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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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지난 3월 멕시코의 콜로라도강물 특별 공급 요청을 거부해 양국의 물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텍사스 농부들의 물을 훔치고 있다"며 "멕시코가 물 조약을 존중할 때까지 관세와 제재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멕시코 정부는 지난달 15일 리오그란데강 북부 지역 댐 방류량을 6.7배 늘렸다. 같은 달 29일에는 기존 물 조약을 유지하기로 하고 멕시코가 리오그란데강 지류 6개에서 즉시 텍사스로 물을 보낸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