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리무진 동승' 푸틴에 승리 안긴 트럼프…젤렌스키와 달랐다

'레드카펫·리무진 동승' 푸틴에 승리 안긴 트럼프…젤렌스키와 달랐다

윤세미 기자
2025.08.17 10:58

3년 넘게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분수령으로 주목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위해 활주로에 레드카펫을 깔아주는가 하면, 휴전이 합의되지 않았지만 추가 제재도 당장은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단 평가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08.16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08.16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드카펫을 걸으며 경례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드카펫을 걸으며 경례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푸틴과 회담에서 목표로 하던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를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는 회담 전 "살육이 중단되길 원한다"며 휴전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지만 회담 후엔 트루스소셜에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한 휴전협정이 아니라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는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전쟁을 이어간다는 푸틴의 입장을 따르는 것으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와 유럽과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고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트럼프의 패턴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또 트럼프는 러시아에 제재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8일을 휴전 시한으로 제시하며 2차 관세 등 추가 제재를 경고했지만 푸틴과의 회담 약속을 이유로 제재를 미뤘고, 회담 후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푸틴과의 회담이 잘 진행됐다며 당장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관세(2차 관세)를 물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역시 시한을 정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땐 징벌적 조치로 상대를 굴복시키던 패턴에서 벗어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및 JD 밴스 부통령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2.28  /로이터=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및 JD 밴스 부통령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2.28 /로이터=뉴스1

외신은 결과적으로 푸틴은 트럼프를 만남으로써 제재를 피해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NYT는 "푸틴이 평화협정 체결까지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얻게 됐다"고 꼬집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트럼프가 다시 한번 (푸틴에게) 놀아났다"면서 "휴전 약속이니, 가혹한 경제적 제재니, 실망했다느니 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푸틴은 레드카펫에서 2분, 비스트(대통령 전용 리무진)에서 10분 만에 다시 트럼프를 제 손 위에 뒀다. 안타까운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는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 파격적 예우를 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미군기지에서 푸틴을 직접 마중했고 레드카펫을 깔아줬다. 이후 협상장까지 푸틴과 함께 비스트를 타고 이동했다. 미국의 적성국 정상이 비스트에 탄 건 처음으로 트럼프가 푸틴에게 이례적인 친근감과 존중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열린 고위급 정상회담에 앞서 미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에 동승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8.15.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열린 고위급 정상회담에 앞서 미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에 동승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8.15. /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AFPBBNews=뉴스1

또 푸틴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나란히 서서 먼저 발언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는 보통 주최 측에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기자회견 후엔 트럼프가 푸틴을 신경 쓰는 듯 먼저 걸어 나가도록 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푸틴은 "민간인 살육을 멈출 것이냐"를 포함해 기자들의 질문이 들리지 않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러시아에선 만족스럽단 평가가 나온다. 푸틴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6일 텔레그램에 "러시아와 미국의 최고위급 회담을 위한 메커니즘이 완전히 복원됐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이 '특별 군사작전' 진행 중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미국 같은 서방 최강대국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났단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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