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9000억달러(약 1260조원)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장애물을 만났다고 미국 매체 블룸버그통신이 지적했다. 한국이 3500억달러 선불 투자가 불가능하단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미 무역합의를 마친 일본에서도 차기 유력 총리 후보가 무역협정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채널A 인터뷰에서 "우리가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면서 "협상 전술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전했다. 한국과 미국은 7월 광범위한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3500억달러 투자 약속을 합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두고 견해차가 크다. 3500억달러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0%를 넘는 규모인 만큼 미국과 통화스와프 없이는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한국 입장이다.
일본 역시 5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자본 조달 방식 등 이행을 둘러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달 초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지원할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면 일본이 45영업일 이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자금은 달러로 미국이 지정한 계좌에 예치돼야 한다. 투자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양국이 절반씩 나눈 뒤 상환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구조다.
이 같은 투자 약속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 차기 총리가 될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보담당은 28일 후지TV 토론회에서 5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 "협상 이행 과정에서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불공정한 사안이 드러날 경우 단호히 맞서야 한다"면서 "여기엔 잠재적인 재협상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과 함께 양강 후보로 꼽힌다.
한편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지난주 5500달러 투자 약속이 불공정하단 지적에 대해 "일본 기업에도 이익이 없으면 투자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일방적으로 미국이 뜯어내는 합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