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양자컴퓨팅 관련주가 지난 9월 이후 폭등세를 보이며 버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으로는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디웨이브 퀀텀, 퀀텀 컴퓨팅 등 4곳이 꼽힌다.
이 가운데 리게티 컴퓨팅은 지난 9월 이후 10월9일까지 39일만에 주가가 3배 가까이 치솟아 올랐다. 디웨이브 퀀텀도 같은 기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아이온큐는 81.3%, 퀀텀 컴퓨팅은 35.1% 상승했다.
디웨이브 퀀텀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양자컴퓨팅 회사의 올들어 주가 수익률 대부분은 지난 9월 이후 한달 남짓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다. 리게티 컴퓨팅은 올들어 3배 이상 올랐고 아이온큐는 올들어 85.5% 상승했다.
퀀텀 컴퓨팅은 지난 9월 전까지는 올들어 주가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가 이후 큰 폭으로 뛰어오르며 28.8% 상승으로 돌아섰다.

올들어 가장 놀라운 주가 상승세는 디웨이브 퀀텀이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2월31일 종가 3.9달러를 기준으로 올들어 10배가량 폭등했다. 단 9개월 남짓만에 주가가 10배로 뛴 텐배거 기업이 된 것이다.
양자컴퓨팅 관련주는 유엔이 올해를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로 지정한 가운데 이번주 노벨 물리학상이 양자역학 연구에 집중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수여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양자컴퓨팅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가장 큰 혁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양자컴퓨팅의 상업적 활용 범위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매출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순수 양자컴퓨팅 회사들이 언제쯤 흑자 전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지조차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아이온큐는 올초 2030년까지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면서 2030년 흑자 전환 목표가 유효한지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이 없는 상태다. 나머지 3개 양자컴퓨팅 회사는 흑자 전환 예상 시점을 제시한 적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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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런스에 따르면 순수 양자컴퓨팅 4개사는 올 2분기에 약 26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반면 이들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5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470억달러의 자동차를 판매한 GM의 시총보다 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양자컴퓨팅 관련주는 분명 버블이지만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팅의 가늠하기 어려운 잠재력을 감안하면 섣불리 버블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널리스트 하임 이스라엘이 이끄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종목 분석팀은 올 여름 보고서에서 "모든 것을 바꾸고 신약과 신소재를 만들어내며 수명을 연장하고 데이터 암호화와 물류를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의 가치를 우리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라며 양자컴퓨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들은 양자컴퓨팅이 데이터 암호화부터 딥 러닝과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가 늘어나면 2035년에는 2조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양자컴퓨팅 시장이 2035년까지 이보다는 적은 280억~7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어떤 전망이 맞든 현 시점에서 양자컴퓨팅의 잠재력을 측정하기는 어렵고 활용 범위가 넓어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전망은 막연한 반면 밸류에이션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싸다.
리게티의 경우 연 매출액이 800만달러 수준인데 시가총액은 140억달러에 이른다. 주가매출액비율(PSR)을 논하기도 어려울 만한 고평가다.
스트래티지 애셋 매니저스의 CEO인 톰 훌릭은 양자컴퓨팅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실과 너무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투기적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를 얼마나 높이 끌어올릴지 한계를 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팅이 넘어서야 할 기술적 도전도 남아 있다. 이온과 광자 등의 입자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구성 요소로 큐비트라는 정보 단위를 구성하는데 큐비트는 소음이나 양자 단위의 어떤 교란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팅은 오류 발생률이 높고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IBM 같은 기업이 이런 오류를 파악해 수정하는 무오류(fault-tolerant) 시스템을 출시할 계획을 밝히고 있어 양자컴퓨팅 기술은 2030년이 되면 더욱 널리 보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양자컴퓨팅 관련주는 현실적인 실적 추정이 가능해질 때까지 버블이 계속 부풀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로선 양자컴퓨팅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이 정통 재무이론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점과 양자컴퓨팅 기술이 갖는 잠재력의 적정 가치를 계산해낼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투자 분야에는 '더 큰 바보 이론'이란 것이 있다. 투자자들이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더 큰 바보가 있을 것으로 믿고 고평가된 자산을 매수하면서 버블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더 높은 주가 수준에서도 사줄만한 더 큰 바보가 존재하는 한 양자컴퓨팅 관련주의 상승 질주는 계속되겠지만 더 큰 바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순간 주가는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
한편, 10일엔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10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예비치가 발표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정지)에 따른 소비 심리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