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입점에 정치인·시민단체 반발 집회
"일회용품과 비인간화로 세워진 제국"…
온라인몰은 '리얼돌' 논란에 제재 수순

저가 의류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외형을 키워온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백화점에 세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매장 안팎은 줄 서 기다린 쇼핑객과 '쉬인 퇴출'을 외치는 시위대로 뒤섞였다.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쉬인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르 베아슈베(BHV) 마레 백화점 6층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했다. 쇼핑객들은 백화점이 문을 열기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근처에서 쉬인을 둘러싼 노동 착취, 환경 오염 의혹을 제기하며 쉬인 퇴출을 외치는 시민단체, 정치인들의 집회에도 불구하고 쇼핑 열기는 뜨거웠다. 경찰은 시위대가 쇼핑객들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현장을 통제했다.
한 쇼핑객은 "한 달에 의류비로 200유로(33만3000원)를 쓴다면 프랑스에서는 티셔츠 3장을 살 수 있지만 쉬인에서는 50장을 살 수 있다"고 매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쉬인 매장에 가려고 백화점을 찾은 한 대학원생은 "BHV 물건은 항상 비싸고 사치스럽다고 들어서 BHV에 올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쉬인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은 "이미 쉬인에서 온라인으로 수백 유로어치 물건을 주문했다"며 "쉬인에는 없는 게 없다. 시위대들이 뭐라고 하건 나는 (매장에) 들어가서 사고 싶은 것을 살 것"이라고 했다.
실망했다는 반응도 있다. 이날 딸에게 줄 16유로짜리 티셔츠를 구매한 한 쇼핑객은 "온라인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쇼핑객으로 위장한 한 시민활동가가 매장에서 소동을 벌여 경찰이 연행하는 일도 있었다.
쉬인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고성장해왔다. 독일 시장조사 기업 ECDB 자료에 따르면 이커머스를 통한 쉬인의 순매출액은 2020년 84억 달러를 기록, 스페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44억 달러)와 스웨덴 브랜드 H&M(48억 달러)의 이커머스 매출액을 앞질렀다. 이후 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매출은 480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이곳 개장을 앞두고 쉬인 온라인몰에서 미성년자 모습을 한 리얼돌을 불법 판매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국은 이를 이유로 매장 개장 당일 프랑스 내 쉬인의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쉬인은 문제의 물건을 판매한 판매자를 퇴출시켰으며 판매자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날 BHV 백화점을 찾은 한 쇼핑객은 "리얼돌 문제가 (쉬인) 매장 방문을 막지는 못했다"고 했다.
쉬인은 디종, 랭스, 그르노블, 앙제, 리모주 등 5개 도시의 백화점에 추가 매장을 열 계획이다. 모두 프랑스 상업부동산 개발·운영 기업 소시에테데그랑마가쟁(SGM)이 운영하는 지점들이다. 쉬인이 지난달 1일 백화점 입점 계획을 밝히자 해당 백화점 지점들은 "초고속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우리의 상품 구성,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며 입점을 방해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기성복 협회는 "SGM이 프랑스 패션계를 모독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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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멀린 SGM 사장은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쉬인 입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쉬인 입점 후 패션계 반발에 대해서는 앞선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쉬인과 관계를 끝내는 것도 생각했지만 쉬인 측의 강력한 의지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진보 성향 정치인들은 매장 앞에서 쉬인 퇴출을 주장했다. 파리 부시장 출신 에마뉘엘 그레고아르 사회당 하원의원은 "한쪽에는 일회용품과 비인간화로 세워진 제국이, 다른 한쪽에는 존중과 노하우, 책임감으로 세워진 세상이 있다"며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오늘 쉬인 매장 개장식은 상업적 논쟁을 훨씬 뛰어넘은 문제"라고 말했다. 도린 브레그망 파리 부시장은 "공격적 마케팅과 과잉 생산, 착취에 기반한 초고속 패션 모델은 우리 가치와 어긋나므로 파리 중심부에 있어선 안 된다"며 "특히 BHV처럼 역사적인 장소에 둘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