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산 피난처는 '이 나라'…싱가포르 떠나는 中부자들

새로운 자산 피난처는 '이 나라'…싱가포르 떠나는 中부자들

정혜인 기자
2025.11.11 04:00

이민·투자 규제강화에 피로감
자산 피난처로 중동지역 선택
부유층 패밀리오피스 문의 ↑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싱가포르를 떠나 중동으로 향하는 중국 부호들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싱가포르의 이민·투자규제 강화에 피로감을 느낀 중국 자산가들이 중동지역,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새로운 '자산피난처'로 선택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간은행과 초고액자산가 자문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 "최근 (싱가포르 내) 중국 자산가들 사이에서 두바이와 아부다비 이전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이들은 패밀리오피스 설립으로 현지 시민권 또는 거주권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밀리오피스는 고액자산가 또는 부유층 가족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운용하는 조직이다.

UAE는 외국인 투자자, 인재 등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10년 거주권을 제공하는 '골든비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투자자 신분으로 골든비자를 취득하려면 UAE에 200만디르함(약 8억원) 규모의 금융, 부동산 등 투자를 진행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매년 25만디르함 규모의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단 투자액은 대출이 없는 자금만 인정된다. UAE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골든비자 건수는 15만8000개로 전년도(7만9617개) 대비 약 2배 늘었다. 2023년까지 골든비자 혜택을 받은 외국인은 주로 인도, 러시아, 파키스탄 국적이었다.

최근에는 두바이 골든비자 취득을 문의하는 중국인 수가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바이의 역외 금융센터 내 패밀리오피스 관련 법인 수는 1000여곳에 달했다. 이는 2024년말 기준 800곳에서 200곳가량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의 연간 증가량(600곳→800곳)과 같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늘어난 법인이 대부분 중국 부호들과 관련됐을 것"이라며 "중국인 고객 급증으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금융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부호들의 중동 이민행보는 싱가포르의 이민자 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의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해 취업비자를 받는 건 쉽지만 장기거주 비자나 시민권을 받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돈세탁 사건으로 이민자 심사를 더 강화하고 있다. 이민컨설턴트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싱가포르의 신규 영구거주권 및 시민권 승인율은 8.25%에 그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시행한 엄격한 봉쇄정책도 싱가포르의 자산피난처 매력을 지우는 데 한몫했다. 두바이·아부다비 자문업체 M/HQ의 얀 므라젝 매니징파트너는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경험한 코로나19 봉쇄가 중국 부호들의 중동 이주 시발점이 됐다"며 "최근 상당수가 싱가포르 내 부동산을 매각해 UAE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기업가도 대거 유입되고 있다. FT는 "UAE의 세무·감독정책은 다른 국가들보다 완화적"이라며 "현재 두바이 규제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가상자산기업만 39곳"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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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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