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약 전쟁', 미국-베네수엘라 무력 충돌로 번지나

트럼프 '마약 전쟁', 미국-베네수엘라 무력 충돌로 번지나

정혜인 기자
2025.11.12 11:26

미 해군 '포드 항모', 남부사령부 작전지 도착…
베네수엘라, '대규모 동원령' 발동해 합동 훈련
마두로 '800만명' 주장한 볼리바르 민병대 동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약 전쟁'이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무력 충돌로 확산할 거란 우려가 한층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에서 미군의 항공 모함(항모)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에 배치됐다. 베네수엘라는 이에 맞서 군 병력의 대규모 동원령을 발동했다. 양국 관계는 미국이 지난 9월부터 '불법 마약 퇴치'를 이유로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습하면서 급속도로 악화한 상태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카리브해 일대에 미군 함정과 병력이 증강 배치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군 병력, 무기, 장비를 동원하는 '대규모 동원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이번 조치는 마두로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며 "지휘·통제·통신 체계를 최적화하고 국가 방위를 보장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군·해군·공군과 예비군이 12일까지 합동 훈련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훈련에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창설한 민병대 조직 '볼리바르 민병대'도 참여한다. 남미의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민병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예비군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민병대의 병력이 80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나, 전문가들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베네수엘라의 정규군인 '볼리바르 국가군'의 병력 규모는 약 12만3000명이다.

베네수엘라군 /AFPBBNews=뉴스1
베네수엘라군 /AFPBBNews=뉴스1

베네수엘라군은 미국과의 전력 차이를 고려한 '게릴라 전술'과 '무정부화(anarchization)'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는 미군의 공습이나 지상 침공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수십 년 된 러시아산 장비를 포함해 군사 무기를 배치하고, 게릴라식 저항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베네수엘라의 군 병력과 장비가 (미국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 저항' 전략으로 알려진 게릴라 전술은 미군의 공중 또는 지상 공격받으면 소규모로 편성된 부대가 전국 280곳 이상에서 각개 전투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무정부화' 전략은 베네수엘라 내 사회 혼란을 일으켜 정보기관과 무장한 여당 지지자들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미국 등 외국 군대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시나리오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세계 최대 '포드 항모' 도착…"카리브해 내 미 병력 1만5000명"

미 해군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유럽에 있던 'USS 제럴드 R.포드' 항모를 카리브해로 이동시켰고, 포드 항모는 이날 카리브해 등 남미 대부분을 포함하는 남부사령부 작전 구역에 도착했다.

미국 'USS 제럴드 R.포드' 항모 /사진=미국 해군
미국 'USS 제럴드 R.포드' 항모 /사진=미국 해군

2017년에 취역한 포드 항모는 미국의 최신예 항모이자, 세계 최대 항모다. 포드 항모 전단은 포드 항모를 포함해 9개의 항공 비행대대,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 2척, 공중·미사일 방어 통제함(USS 윈스턴 S. 처칠), 4000명 이상의 선원이 탑승해 있다. 미군의 남부사령부 작전지역에는 이미 핵 추진 고속 잠수함정, 이지스 구축함 등 8척의 군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 F-35 전투기 등이 배치됐다. 포드 항모 도착에 따라 현재 카리브해 일대에 배치된 미군 병력은 약 1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번 증강 배치는 "마약 밀매 차단 및 미국 내 마약 유입 방지"를 위한 초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미군 자산을 카리브해로 보내 해당 지역 내 베네수엘라 선박을 '마약 운반선'으로 규정해 격침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을 최소 19차례 감행해 최소 76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의 주요 배후 세력 중 하나로 지목하고,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군사 조치를 시사했다. 지난달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작전 승인을 공개하는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리도 비공식적으로 '마두로 축출'이 마약 퇴치 정책의 전략적 목표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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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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