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파시스트(안티파)를 주장하며 유럽 4개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 성향을 기준으로 편가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독일 안티파 오스트, 이탈리아 국제혁명전선, 그리스 무장 프롤레타리아 정의·혁명계급자위대 등 4개 단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잔혹한 공격을 통해 서구 문명의 기반을 훼손하려는 공모를 하는 테러단체"라며 "해당 단체들은 반미주의, 반자본주의, 반기독교를 포함한 무정부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이념을 옹호하며 이를 이용해 국내외에서 폭력적인 공격을 부추기고 정당화한다"고 테러단체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극단적 진보 성향을 보이며 우파를 향해 강한 반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정보당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안티파 오스트를 폭력 조직으로 지목했다. 2023년 12월부터 1년 간 해당 단체 관계자 4명이 체포됐는데, 자신들이 극우파로 간주한 인사들을 겨냥해 폭력 행위를 모의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독일 정보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표적으로 삼았다.
국무부는 나머지 3개 단체들도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겨냥한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일으킨 폭력 행위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안티파를 적대시했다. 측근으로 활동하던 보수 논객 찰리 커크가 암살당한 지난 9월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안티파 조직들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메리 보시 그리스 아테네 피레아스 대학교 국제안보학 명예교수는 가다언 인터뷰에서 "안티파 활동가들을 폭력적 극단주의자들과 동일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테러조직 지정 결정을 비판했다. 보시 교수는 "그리스 안티파 단체 활동이 테러전술을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과장"이라며 "이 단체들은 선거에도 출마한 이력이 있고 폭력 징후는 보인 적 없다"고 했다.
보시 교수는 안티파 단체들이 실제 테러조직이었다면 선거 출마 등 수면 위에서 활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극단적 보수주의 성향이 나타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테러조직 지정 결정에 대해 "세계를 선한 우파와 악한 좌파로 나누려는 트럼프식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