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장애로 수동 개표, 두 후보 간 9100여표 차이…
트럼프, 아스푸라 지지 불구 나스랄라가 근소한 선두

온두라스 대선에서 중도 자유당의 살바도르 나스랄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하는 보수 후보인 나스리 아스푸라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 나갔다. 이번 온두라스 대선은 선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시스템 장애로 집계가 지연되며 혼선을 빚었다. 여기에 유력 후보 간 표 차이까지 미미해 수동으로 전수 개표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최신 개표 결과에 따르면, 나스랄라 후보는 40.13%,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국민당의 아스푸라 후보는 39.71%를 득표했다. 이 시간 현재 개표율은 약 68%다. 선두 주자 간의 격차는 불과 9129표에 그친다. 집권 좌파 자유당(LIBRE)의 릭시 몬카다는 19.09%를 득표해 3위에 머물렀다.
72세의 TV 진행자 나스랄라는 카스트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후 법치주의 회복과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중도 자유당 후보로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스랄라를 "경계선상의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며 그가 아스푸라의 표를 빼앗으려 출마했다고 깎아내렸다.
이날 오전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약 20%의 투표가 집계되지 않는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자 유권자들에게 침착할 것을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사기 가능성을 주장하며, 결과가 바뀌면 "지옥을 맞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는 아스푸라와 나스랄라가 각각 4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술적으로 동점"을 보이고 있고, 투표는 '수동'으로 집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기 신속 개표 시스템 오류로 실시간 결과가 업데이트돼야 하는 웹 포털에도 문제가 생겼다. 웹사이트가 다운되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온두라스 안팎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집계 중 마약 밀매 및 총기 혐의로 45년형을 선고받고 미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국민당 소속 전 온두라스 대통령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가 지난 1일 돌연 사면돼 풀려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온두라스 유권자들에게 국민당 후보 아스푸라에게 투표해 줄 것을 촉구하며 에르난데스를 사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난데스를 사면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소셜 미디어에 증거도 없이 온두라스가 "대선 결과를 바꾸려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를 참관한 미주기구(OAS)에 따르면, 30일 온두라스 선거는 전국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OAS는 1일 성명을 통해 "일부 지자체에서 발생한 고립된 사건을 제외하고는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계가 지연되면 격앙된 선거 환경으로 인해 시위와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자들의 PICK!
현 대통령 시오마라 카스트로의 남편이기도 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선거 개입을 강력히 비난하며 X에 온두라스 국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리는 굳건히 서 있다. 우리는 애국자이며, 누구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아스푸라와 나스랄라는 모두 2023년에 단절된 대만과 외교 관계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린지아룽 대만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번 선거 이후 대만과 온두라스가 평등과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3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