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일상화 단계에 들어선 지금 일본에서는 기업 채용 관행에 변화가 일고 있다.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가 늘면서 지원자 간 변별력이 떨어지자 서류 전형을 과감히 폐지하고 지원자 전원 면접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한다. 일부 중소기업에선 지원자 증가 등 예상 밖의 효과도 나타난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로토제약은 2027년 4월 신입 채용부터 자기소개서 기반의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지원자 전원 면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지원자는 먼저 희망 시간을 예약하고 인사 담당자와 15분간 면담을 진행하게 된다. 대면 방식을 원칙으로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된다. 이후 여러 차례 면접과 협업 과제 전형 등을 거쳐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로토제약은 "AI 활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AI 활용으로 개성 있는 자기소개서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한 평가를 택하게 된 것"이라면서 "선발 초기부터 대면으로 소통하면 지원자들의 기업 이해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 이해도가 높아질 경우 직원들의 조기 이직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일본에선 이미 취업 준비생 10명 중 7명은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취업포털 마이나비가 내년 3월 졸업 예정인 전국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활동에서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 학생은 67%에 달했다. 활용 목적(복수 응답)으론 자기소개서 첨삭이 69%로 가장 많았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맡긴다는 응답도 41%에 달했다.
오사카부 소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한 3학년 학생은 아사히에 "꼭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닐 땐 지원 동기를 쓸 때 AI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자기소개를 아예 AI에 맡기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학창시절 주요 경험' 같은 자기소개서 항목의 경우 AI의 질문에 답하면 AI가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서비스가 이미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방기기 제조업체 나카니시제작소는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서류 전형을 폐지한 경우다. 대신 적성검사 후 지원자 전원과 면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뜻밖의 결실도 있었다. 보통 약 200명이던 지원자 수가 올해 신입 채용에선 약 350명까지 늘어난 것.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에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서류 전형 폐지로 취업 준비생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데다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카니시제작소는 약 20명 수준이던 채용 인원을 내년 봄엔 50명까지 늘리겠단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 비용은 늘었지만 지원자들이 회사를 이해한 상태로 입사하게 됐다"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서류 전형 폐지 흐름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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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신·IT 회사인 소프트뱅크는 당초 자기소개서와 자기소개 영상을 함께 받았으나 올해 1월부터는 자기소개서 제출을 폐지했다. 제출된 영상은 우선 AI가 분석해 합격·불합격을 판단하고, 불합격 판정된 영상은 인사 담당자가 재차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요코하마은행 역시 올해 졸업 예정자의 신입 채용 때 일반 전형 외 별도의 선발 방식을 신설하고 자기소개서 제출을 없앴다. 대신 1분 분량으로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설명하는 소개 영상을 제출하면 지원할 수 있다. 요코하마은행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을 통해 개성이 뚜렷한 인재들이 지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