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2026 연례총회]

"과거에는 달러가 5~10년 안에 중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지만 지금은 4~5년 정도가 더 현실적인 시계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지위를 흔들고 있다." (세브넴 칼렘리 오즈칸 브라운대 교수)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사흘 일정으로 시작한 전미경제학회 2026 연례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두고 쓴소리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의 기축통화 이점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통화정책·화폐 분야 석학인 로고프 교수는 이날 '관세 전쟁 이후의 달러'를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달러 패권을 지탱해온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안보를 중심으로 한 하드파워와 미국의 제도·법치에 대한 신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등 그동안 달러 패권을 지지한 세가지 축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빠르게 흔들리는 상황을 달러의 위상을 흔드는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진단했다.
로고프 교수는 강연을 마친 뒤 한국 기자들을 만나서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정책 혼란이 놀라울 정도"라며 "달러 가치가 4~5년 안에 치명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통화 가치가 오르지만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위상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024년 말 108.13에서 2025년 말 98.32까지 이미 9.1% 떨어진 상황이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국으로 누리는 특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칼렘리 교수도 달러화 약세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오즈칸 교수는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린다 테사 미시건대 교수는 "불확실성 효과가 관세 부과에 따른 달러화 절상 압력을 이길 정도 컸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관세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화 표시 부채 비용이 늘면서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 이득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레그 이츠호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토대로 미국의 최적 관세율이 9%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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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미국 자산 엑소더스(대탈출)'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오즈칸 교수는 "달러의 약세는 미국 자산 매도 조짐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해 헤지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츠호키 교수도 "현재 데이터는 미국 자산에 대한 디레버리징을 시사하지 않는다"며 "(디레버리징이 진행된다고 해도) 그 과정은 매우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