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업가와의 유착·행정부 여성 직원 채용 관여 혐의

페루 대통령이 또 교체된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맡은지 4개월 만이자 10년간 8번째 지도자 교체다.
18일(현지시간)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루 국회는 전날 임시 본회의를 통해 호세 헤리 대통령의 해임안을 찬성 75표·반대 24표·기권 3표로 가결했다. 헤리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0일 디나 볼루아르테 당시 대통령 탄핵 이후 직접 선거가 아닌 국회의장 자격으로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돼 대통령직을 맡아왔다.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 국회의장 직무대행은 "다수 의원이 헤리 대통령의 직무 태만을 인정했다. 의원들은 헤리 대통령에게 국가 정상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오후 늦게 임시 대통령을 다시 선출할 예정이다.
AP에 따르면 새로 선출되는 임시 대통령은 4월12일로 예정된 선거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돼 새 정부를 출범하는 7월28일까지 약 5개월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BBC에 따르면 국회는 당초 헤리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탄핵 대신 '견책'(censure)안을 표결했다. 견책안은 탄핵에 필요한 특별 다수 대신 단순 과반으로 통과할 수 있다. 페루는 헌법재판소의 별도 심판 절차 없이 국회 의결만으로 대통령의 즉시 해임이 가능하다.
헤리 대통령의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헤리 대통령이 행정부 내 여러 여성의 비정상적인 채용 관여, 중국인 사업가 양즈화가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을 탄핵 이유로 들었다. 페루 현지 방송 RPP에 따르면 양즈화의 회사는 2023년 2440만달러(약 350억원) 규모의 페루 수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사업 진행률은 0%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페루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국회의 이번 해임 추진은 헤리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페루 수도 리마의 한 중식당에서 양즈화와의비공개 회동 장면이 공개된 이후 이뤄졌다. 당시 헤리 대통령이 후디를 입고 얼굴을 가린 채 중식당을 드나든 모습이 공개됐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치파(페루식 중식당·중국 음식을 뜻하는 표현) 게이트'라고 부르며 헤리 대통령과 양즈화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헤리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양즈화를 만난 사실을 인정하고, 중식당 출입 시 얼굴을 가린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나의 행동에 대한 의혹과 오해가 생기고 근거 없는 온갖 허위 사실이 유포된 점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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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정치권 부패와 세력 분열에 따른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7월 이후 헤리 대통령까지 7번이나 대통령이 교체됐다. 이 가운데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단 2명으로, 나머지는 전임자 탄핵 등으로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