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강력한 실적에도 주가 반응은 미미…이유는?[오미주]

엔비디아, 강력한 실적에도 주가 반응은 미미…이유는?[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2.26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엔비디아가 25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실적을 발표하며 AI(인공지능) 버블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혔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엔비디아가 이날 장 마감 후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는 2%가량 상승했으나 콘퍼런스 콜이 진행되는 동안 주가는 최대 1.5%까지 하락한 뒤 0.1%의 강보합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AI 투자 심리 과열과 AI 칩 시장을 둘러싼 경쟁 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분기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
엔비디아 분기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

4분기 매출액 전년비 73% 급증

엔비디아는 이날 장 마감 후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 1월)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1.62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54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센트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한 681억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661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엔비디아에서 가장 중요한 AI 칩과 네트워킹 사업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62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나며 역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607억달러를 웃돌았다. 데이터센터 매출액의 증가율은 전 분기 66%에 비해 가속화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분기 게이밍 매출액은 37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3% 감소하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40억3000만달러를 밑돌았다. 게이밍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47% 증가한 것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수요 급증으로 촉발된 메모리칩 공급 부족이 게이밍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메모리칩 공급난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메모리칩 공급 부족과 관련한 AI 칩 출하 지연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는 내년까지의 출하 물량을 포함해 향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고와 공급 계약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AI 칩 매출액은 '0'

엔비디아는 2027 회계연도 1분기(올 2~4월) 매출액에 대해선 780억달러를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이 역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 729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800억달러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대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매출액 가이던스에는 중국 매출액이 포함되지 않았다. 크레스 CFO는 미국 정부가 AI 칩인 H200의 일부 중국 수출을 승인했음에도 아직 중국에서 어떤 매출액도 창출하지 못했다며 향후 중국이 엔비디아 칩의 수입을 허용할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반도체회사들이 잇달아 IPO(기업공개)에 나서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시장의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매출액총이익률 역시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11월~올 1월 분기의 매출액총이익률은 75.0%로 시장 기대를 소폭 상회했고 올 2~4월 분기도 74.9%를 전망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74.5%를 웃돌았다.

엔비디아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그래픽=김다나
엔비디아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그래픽=김다나

올 하반기 베라 루빈 칩 출시

크레스 CFO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 처리장치)인 루빈 칩에 대해 "사실상 거의 모든 고객들이 구매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수요와 관심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루빈 칩을 얼마나 빨리 시장에 출시하느냐, 또 고객들이 데이터센터에 얼마나 빨리 루빈 칩을 탑재하느냐"가 변수라며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에 루빈 칩의 매출액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에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인 베라 칩도 출시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베라 칩에 대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매우 높은 데이터 처리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며 AI 학습 이후 단계인 추론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AI 모델이 실제 업무를 실행하는 에이전트 AI 시대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데 추론 능력은 CPU에 더 많이 의존한다. 이와 관련, 크레스 CFO는 엔비디아의 최신 CPU인 그레이스와 GPU인 블랙웰이 결합된 그레이스 블랙웰이 현재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추론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맞춤형 칩과의 경쟁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 "컴퓨팅 능력이 곧 매출"

중국 매출액이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 외에는 전반적으로 매우 강력한 실적 발표였음에도 엔비디아의 주가 반응이 미미했던데 대해 전문가들은 AI 수요 급증세가 지속될 것이란 좀더 강력한 확신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고객사들이 AI를 통해 활발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황 CEO는 고객사들이 새로 확보한 컴퓨팅 파워로 이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AI 시대에는 컴퓨팅 능력이 곧 매출"이라며 "에이전트 AI가 전 세계의 사업 방식을 뒤흔들며 AI 도구로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베스팅닷컴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토머스 몬테이루는 내년으로 갈수록 기술기업들의 AI 자본지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엔비디아의 실적이 "강력하게 반박"했다며 엔비디아의 매출액 가이던스가 "AI 인프라 수요의 지속성에 대한 가시성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26일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에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된다. 오전 10시엔 미셸 보먼 연방준비제도(연준) 감독 담당 부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26일 개장 전에는 양자컴퓨팅 회사인 디웨이브 퀀텀과 원자력 발전회사 비스트라 에너지가 실적을 발표한다.

장 마감 후에는 서버 및 PC 제조업체인 델 테크놀로지스와 우주발사 기업 로켓랩, AI 음성 인식 회사 사운드하운드 AI, 네오클라우드 회사 코어위브, 소형 모듈 원자로(SMR) 회사 뉴스케일 파워, 회계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 인튜이트, 회토류 회사 MP 머티리얼스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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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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