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에너지 봉쇄 정책으로 대규모 정전 등 경제적 위기를 겪는 쿠바에 대해서도 정권교체 의중을 드러냈다. 미국은 전면적인 정권교체보다는 베네수엘라처럼 지도자만 바꿔 경제 개방을 이끌어 내는 방향을 모색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과 쿠바 관료들이 협상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권력에서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디아스카넬이 이끄는 상태에서는 쿠바와 어떠한 협상도 성사될 수 없다며 선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쿠바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카스트로 가문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스트로 가문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인정,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정권 자체를 무너뜨리기 보다는 미국의 국익에 반하지 못하도록 길들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021년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디아스 카넬 대통령은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직접 지명한 후계자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쿠바를 통치한 인물 가운데 카스트로 가문 출신이 아닌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NYT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이 외교 정책에서 정권 교체보다는 정권 순응을 강요하려는 일반적인 행태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축출했지만,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웠다.
에너지 수요의 3분의 2 가량을 수입에 의존해 온 쿠바는 그간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축출된 뒤 베네수엘라 석유의 통제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쿠바로 향하던 석유 공급이 끊겼다. 이후 멕시코가 쿠바에 석유를 공급해왔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위협으로 중단됐다.
미국은 "쿠바가 국가 안보에 '특별한 위협'이 된다"며 "공산주의가 통치하는 섬에 석유를 공급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미 노후화된 쿠바의 발전 시스템은 미국의 석유 봉쇄로 인해 마비됐다.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주 쿠바가 3개월 동안 연료를 공급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주말 사이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선 보기 드문 폭력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쿠바 봉쇄 정책으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점령에 대한 야욕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쿠바를 차지할 영광을 누릴 것이라고 믿는다"며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지난달 27일에도 백악관에서 "쿠바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어쩌면 쿠바 정부를 우호적으로 인수할 수도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고위급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