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실험이 드러낸 미 조세체계의 한계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실험이 드러낸 미 조세체계의 한계

김하늬 기자
2026.03.22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2026 Billionaire Tax Act), 11월 주민투표 성사여부에 관심 고조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팀스터스 로컬 1932 노동조합의 니달 라피디 부위원장이 지난 2월 18일 로스앤젤레스의 더 윌턴(The Wiltern)에서 개최된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추진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과세법(California Billionaire Tax Act) 캠페인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팀스터스 로컬 1932 노동조합의 니달 라피디 부위원장이 지난 2월 18일 로스앤젤레스의 더 윌턴(The Wiltern)에서 개최된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추진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과세법(California Billionaire Tax Act) 캠페인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되는 이른바 '억만장자세(2026 Billionaire Tax Act)'가 주 세수확보를 넘어 연방 조세체계의 한계를 둘러싼 '이념논쟁화'로 번지고 있다.

억만장자세를 지지하는 쪽은 자산이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사회가 만든 인프라·제도·노동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정 위기 국면에서 그 수혜자인 초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공정하다는 논리다.

반대론자들은 초부유층만을 겨냥한 예외적 과세가 일단 통과되면 조세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는 선례가 된다고 경고한다. 소득이 아닌 자산에 과세하는 방식이 미 수정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소득(Income)'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위헌 주장도 제기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세 실험을 통해 '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켜지는가, 그리고 국가의 과세는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쟁점을 분석해 본다.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세' 실험
2026년 2월 18일 로스앤젤레스의 더 윌턴 극장에서 개최된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과세법(California Billionaire Tax Act) 캠페인 출범식 현장. 지지자들이 캠페인 메시지가 인쇄된 티셔츠를 만들어 왔다//AFPBBNews=뉴스1
2026년 2월 18일 로스앤젤레스의 더 윌턴 극장에서 개최된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과세법(California Billionaire Tax Act) 캠페인 출범식 현장. 지지자들이 캠페인 메시지가 인쇄된 티셔츠를 만들어 왔다//AFPBBNews=뉴스1

'억만장자세' 법안은 2025년 9월 미국 최대 의료 노동자 노조 중 하나인 서비스직국제노조 서부의료노동자연합(SEIU-UHW)이 제안했다. 오는 4월 17일까지 87만 4641개의 유효 서명을 확보해야 11월 주민투표에 상정되며, 캘리포니아 유권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는 서명 모집 단계다. 법안의 골자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순자산 10억 달러 초과 개인에게 5%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UC버클리 연구진이 포브스 억만장자 데이터를 재구성한 추정치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억만장자는 213명이며, 총자산은 약 2조 1820억 달러로 미국 전체 억만장자 부의 27%에 해당한다. 과세 대상은 구글·페이스북·오픈AI·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에서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이 대부분이다.

법안 추진의 직접적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시행에 따른 연방 지원금 삭감이다. 노조연합은 캘리포니아의 저소득층 무료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칼(Medi-Cal)의 연간 예산 부족분이 1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주장한다. 억만장자세로 확보한 재원을 의료 서비스·공공교육·식품 지원 프로그램에 투입하겠다는 계산이다.

법안의 핵심 쟁점은 미실현 자산에 대한 과세 여부다. 과세 대상 순자산(Net Worth)에는 상장·비상장 주식,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지분, 지식재산권(IP), 고가 미술품 등이 포함된다. 거주용 주택과 연금은 일정 금액까지 공제하지만 초과분은 모두 과세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미 수정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소득(Income)'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에서 법적 불확실성의 핵심 뇌관이 될 것으로 본다. 자산 가치 하락 시 환급 규정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현금 흐름이 적은 비상장 회사 창업자의 경우 자산 평가 시 장부가치에 최근 3년 평균 이익의 7.5배를 가산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지분율 대신 의결권(Control Rights) 비중으로 자산을 평가하는 조항도 주목할 만하다. 창업자들이 대개 매매 제한이 걸린 클래스 B(Class B) 주식이나 슈퍼 의결권(super-voting) 주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음식배달 플랫폼 도어대시의 토니 쉬 CEO는 경제적 지분이 2.6%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57.6%에 달한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은 알파벳 지분의 약 11.3%를 보유하면서 의결권의 52.3%를 장악하고 있으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분율 13.6%에 의결권 61.0%를 확보하고 있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경제적 지분이 아닌 의결권 비율을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진다.

과세 기준일을 법 통과 이전인 2026년 1월 1일로 소급 적용하는 구조도 중요한 쟁점이다. 헌법상 소급 입법 금지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유층의 자산 증식 전략: '사고, 빌리고, 죽기(Buy, Borrow, Die)
(베네치아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25일(현지시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렌 산체스가 결혼식을 앞두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만 호텔을 나서고 있다. 25.06.2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네치아 AFP=뉴스1) 김예슬 기자
(베네치아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25일(현지시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렌 산체스가 결혼식을 앞두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만 호텔을 나서고 있다. 25.06.2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네치아 AFP=뉴스1) 김예슬 기자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등장의 배경에는 미국 최상위 부유층이 이른바 '사고, 빌리고, 죽는(Buy, Borrow, Die)' 전략으로 현행 세법의 구조적 빈틈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대물림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전략의 첫 단계는 '산다(Buy)'다. 부유층은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주식·부동산·비상장 기업 지분을 매입하되 팔지 않는다. 자산을 매각하는 순간 양도소득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빌린다(Borrow)'다.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소비와 투자를 이어간다. 미국 세법상 빌린 돈은 소득으로 간주되지 않아 과세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죽는다(Die)'다. 사망 시 상속인은 '기준가액 상향(Step-up in basis)' 혜택을 받는다. 상속 자산의 취득 원가가 사망 당시 시가로 재설정되면서, 생전에 누적된 미실현 이익 전체에 대한 세 부담이 사라진다. 부모가 1달러에 산 주식이 사망 시 100달러가 됐을 때 자녀가 이를 즉시 매각해도, 99달러의 수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수혜자와 존속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자산을 여러 세대에 걸쳐 이전할 수 있는 영구신탁(dynasty trust)까지 활용하면, 부는 과세 없이 세대를 넘어 이전된다.

이 구조가 단순한 절세를 넘어 새로운 '귀족 계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 칼리지 로스쿨 레이 메도프 교수는 저서 '제2계급: 세법이 어떻게 미국 귀족을 만들었는가'에서 현행 미국 세법이 소득에는 엄격한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부의 축적과 상속에는 수많은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구조가 경제적 불평등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자산 소득이 우대받는 조세 구조는 사회적 이동성을 차단하는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억만장자 가문에 경제 권력이 집중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로비도 강화된다는 논리다.

공정한 조세 vs 위험한 선례

억만장자세를 둘러싼 찬반 진영의 논리는 선명하게 갈린다.

반대 진영의 핵심 논거는 '위험한 선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AI·암호화폐 정책특임보좌관을 맡은 데이비드 색스는 2025년 1월 CNBC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끔찍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인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0여 년을 살다 2024년 말 텍사스로 이주했다. 색스는 이 법안이 일회성 세금이 아닌 사실상의 자산 압류이며, 이 선례가 만들어지면 주정부가 더 낮은 기준으로 유사한 세금을 반복 부과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백악관 암호화폐 정상회의에서 암호화폐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 AI 고문 옆에 앉아 있다. 2025.3.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백악관 암호화폐 정상회의에서 암호화폐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 AI 고문 옆에 앉아 있다. 2025.3.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도 오래된 반대론자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전기차 세금 정책과 억만장자세를 공개 비판하며 공화당 지지를 선언했고, 2021년 캘리포니아 저택을 처분한 뒤 텍사스 스페이스X 본사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색스와 머스크 등은 2024년 12월 이후 억만장자세와 상충하는 경쟁 발의안 다섯 개를 지원하는 단체에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며 11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머스크가 2021년 집을 팔겠다며 올린 트윗/사진=일론머스크 X
머스크가 2021년 집을 팔겠다며 올린 트윗/사진=일론머스크 X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이 법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정치적 맥락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하다 미완으로 끝난 억만장자 부유세가 민주당 지지 기반이 강한 캘리포니아에서 주민투표 형태로 부활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지지 진영의 논거는 세법 구조가 만들어낸 불균형이다. 노조연합은 억만장자들이 고소득 근로자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순자산까지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미국 최상위 부자 400가구의 연방세 기준 실효세율은 24%로, 전체 인구 평균(30%)보다 낮고 고소득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45%)의 절반 수준이다. 이 격차는 탈세가 아니라 세법 구조에서 비롯된다.

브루킹스연구소가 IRS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0.01% 가구는 소득의 약 85%를 투자와 비상장 기업에서 얻는 반면, 소득 하위 80% 가구는 노동 소득에서 약 80%를 얻는다. 소득세는 급여·배당 등 '소득'에 부과되지만, 억만장자의 부는 대부분 보유 자산 형태로 존재한다. 팔지 않으면 과세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공시 연봉이 1달러이고,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재임 중 연봉 약 8만 달러를 유지한 것은 이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거물들. 왼쪽부터 프리실라 찬(저커버그 아내), 메타(Meta)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로런 산체스(제프 베이조스 아내),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그리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AFPBBNews=뉴스1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거물들. 왼쪽부터 프리실라 찬(저커버그 아내), 메타(Meta)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로런 산체스(제프 베이조스 아내),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그리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AFPBBNews=뉴스1

초부유층이 자산 매각 시점과 규모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는 과세 공백을 넘어 조세 부담의 전가 문제로 이어진다.

이들이 자산 매각을 미루고 차입으로 생활을 유지하면 과세 시점이 뒤로 밀리는 반면, 공공서비스 재원은 근로소득세·소비세·지방재정 등 다른 세원으로 충당된다. 결국 세금을 피하기 어려운 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고정되는 구조다. 노조연합이 재정 위기 국면에서 억만장자에게 단발성 세금을 부과해 의료·교육·식품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논리는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성 억만장자세가 이 구조적 문제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비상장 지분, IP, 미술품·보석 등은 공정가치 산정이 어렵고 분쟁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조세 당국이 이를 직접 평가하기 시작하면 과세가 구간별 세율의 문제가 아닌 평가 권력의 문제로 변질될 수 있다.

억만장자 전체 자산을 일회성으로 추적·평가하는 데 드는 행정비용도 적지 않다.미시간대 에드워드 폭스 교수와 예일대 재커리 리스코 교수는 억만장자들의 차입 생활 구조 (이른바 '억만장자 차입 구멍')를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자본이득과 투자소득에 포괄 과세하거나,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소득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세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 세금으로 구멍을 막을 게 아니라,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세법을 다시 짜야 한다는 논리다.

'정치의 계산, 법의 한계'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억만장자세에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자신을 강력히 지지해 온 노조와 실리콘밸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에서, 뉴섬은 억만장자 편이 아닌 창업 생태계 보전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실리콘밸리 쪽에 섰다.

그 배경에는 23년간의 정치 이력이 있다. 뉴섬은 2003년 샌프란시스코 시장 당선 이후 빅테크 창업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쌓아왔으며, 시장·부지사·주지사를 거치는 동안 이들의 후원이 선거 기반의 일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벨렝 로이터=뉴스1) 이창규 기자 =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참석했다. 2025.11.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벨렝 로이터=뉴스1) 이창규 기자
(벨렝 로이터=뉴스1) 이창규 기자 =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참석했다. 2025.11.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벨렝 로이터=뉴스1) 이창규 기자

AP통신은 뉴섬이 올해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대선에 출마할 경우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다시 잠재적 후원자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뉴섬이 "제2의 구글이나 오픈AI 창업자가 다른 주로 이탈할 수 있고, 그 손실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다만 뉴섬은 부자 과세의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현행 누진세 등 대안을 언급하며 노조와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재집권을 지켜본 뒤 중간선거와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을 향해 외연을 넓히려는 포지셔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고액 후원자로 알려진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도 2025년 1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이 법안이 부실한 설계로 중대한 결함을 가진 수준이라고 혹평하며, 잘못 설계된 세금은 자본 도피와 세수 감소로 이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연방 모델에서 초부유층은 거주지와 사업체를 빠르게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왼쪽부터 제프 위너 링크드인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설립자
왼쪽부터 제프 위너 링크드인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설립자

세수 효과 전망도 엇갈린다. 캘리포니아주 입법분석국(LAO)은 단발성 세금이 수백억 달러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억만장자 이탈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수 고소득자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은 캘리포니아의 재정 구조에서 이탈의 충격은 단순한 수치 이상일 수 있다.

법적 쟁점도 남아 있다. 주를 떠나는 납세자에게 미실현 이익이나 특정 기간 소득의 정산을 강제하는 방식이 설계될 경우, 헌법상 이동의 자유 및 주 간 상거래 조항(Interstate Commerce Clause)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다.

캘리포니아 조세국(FTB)은 이에 맞서 이른바 '최대 연고지 테스트(the closest connection test)'로 거주지 판정을 까다롭게 적용해 세원 유출을 막으려 한다. 물리적 체류 기간은 물론 운전면허·자동차 등록지, 배우자·자녀의 거주지, 주치의·회계사의 위치, 신용카드 사용 기록의 발신지까지 종합해 삶의 실질적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연간 183일 이상 체류를 거주 기준으로 삼는 뉴욕 등 다른 주와 대조적이다.

억만장자세가 완벽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은 사실 찬반 양측 모두 인정하는 지점이다. 지지 진영도 일회성 세금이 구조적 불균형의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반대 진영도 현행 세법이 초부유층의 부 축적에 사실상 무기력하다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공론화한 것은 남는다. 소득세 체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부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영역에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11월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어떤 답을 내놓든, 이 질문은 캘리포니아 한 주의 문제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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