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로봇 산업

격투 로봇, 카지노 딜러 로봇, 탁구 치는 로봇, 셀카 찍는 로봇.
최근 중국 로봇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약 40곳 중 절반이 중국 기업이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걸까. 답은 중국 전기차 산업이다.
최근 몇몇 전기차 기업들은 로봇 시제품 제작을 넘어 공장 운영 단계까지 진입했다. 샤오펑자동차(小鹏汽车), 비야디(比亚迪), 쥔푸즈넝(均普智能)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로봇 관련 연구개발(R&D)을 시작한 바 있다.
샤오펑자동차는 중국에서 가장 빨리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진입한 전기차 기업 중 하나다. 샤오펑은 지난 2018년부터 로봇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2024년 말에는 'IRON' 로봇이 광저우 공장에 투입돼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2026년 1월에는 첫 양산형 시제품이 생산라인에서 출하됐다. 2026년 3월 기준, 500대 이상의 IRON 로봇이 광저우 등 공장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비야디는 2022년 '요순우(尧舜禹)'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다. 2023년에는 즈위안로봇(智元)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으며, 2024년 4월에는 촉각 센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2025년에는 6세대 프로토타입의 공장 테스트를 완료하고, 핵심 부품 생산라인도 동시 가동에 들어갔다. 2026년에는 2만 대 규모의 내부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전면적인 대규모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분야에 진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빠르게 양산 단계에 진입한 전기차 기업도 있다. 바로 쥔푸즈넝이다. 쥔푸즈넝은 자동차용 고성능 전기 구동, 동력 배터리, 바이와이어 스티어링, 라이다 등 분야에서 축적된 스마트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쥔푸즈넝은 지난 2023년 9월 인공지능·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원을 설립했으며, 이듬해 휴머노이드 로봇 '자비스(贾维斯)'를 선보였다. 2025년 5월에는 로봇 본체 양산을 위한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했다. 이어 6월에는 약 3000만 위안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주문을 수주했고 8월 말에는 이족보행 및 바퀴형 로봇 200대가 처음 출하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즈위안로봇과 공동으로 산업 현장용 G2 로봇을 공개하고, 연간 생산능력을 3000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전기차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을 통해 축적된 제조 및 공급망 역량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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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기술 구조 측면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닝보 토프(宁波拓普)는 신에너지 전기차의 전기 구동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모듈로 전환했다. 창화그룹(长华集团)은 정밀 금속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고정밀 휴머노이드 로봇용 롤러 스크루를 개발·제조하고 있다. 또 균성전자(均胜电子)의 스마트 콕핏 도메인 컨트롤러는 로봇 지능 시스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으며, 전기차 안전 분야에서 축적된 고정밀 액추에이터 기술 역시 로봇 관절 제어에 적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의사결정 분야에서는 호라이즌 로보틱스(地平线机器人), 캄브리콘(寒武纪), 아이신위안즈(爱芯元智) 등 SoC(System on a Chip, 완전 구동 가능한 제품·시스템이 한 개의 칩에 들어간 것)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로봇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또 샤오미(小米)와 중커촹다(中科创达) 등은 전기차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통합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샤오펑자동차와 리샹자동차(理想汽车) 등 전기차 업체와 화웨이(华为) 등 테크기업들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축적한 VLA(Vision-Language-Action Model, 텍스트·비디오·시범동작 등의 정보로 실제 동작을 만들어내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용 클라우드 기반 대형 모델과 온디바이스 모델의 발전이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리샹자동차, 니오(蔚来), 지지아커지 등은 기존 자율주행용 클라우드 모델 학습에 활용되던 월드 모델과 시뮬레이션 도구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동력 분야에서는 이브에너지(亿纬锂能), 비야디 등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이 개발한 배터리 기술이 이미 샤오미, 유비테크(优必选), 유니트리 로보틱스(宇树科技) 등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전기차와 로봇 산업 간 기술적 공통성은 공급망 구조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산업 체계에서 완성차 업체와 부품 공급업체는 오랜 기간 협업을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공급망 기반은 로봇 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각 인식 분야다. 과거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으며 개당 수십만 위안에 달했던 라이다는 현재 최저 약 1500위안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해, 중국 주요 전기차 업체들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서 사실상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비용 하락은 산업 확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로봇 분야 라이다 선도 기업인 허사이커지(禾赛科技)는 3분기 라이다 출하량이 전년 대비 1311.9% 증가했다고 밝혔다. 허사이커지는 유니트리 로보틱스, 매직랩(魔法原子), 비타다이나믹스(维他动力) 등 로봇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전기자동차백인회(China EV100)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산업 공급망의 지원에 힘입어 2030년까지 산업용 로봇 가격은 현재 45만~100만 위안 수준에서 약 20만 위안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또한 저고도 비행체 가격 역시 약 1000만 위안에서 200만~300만 위안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