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미래 못본 'AI 예언자' 쓴맛…월가도 '이 투자' 줄였다

자신의 미래 못본 'AI 예언자' 쓴맛…월가도 '이 투자' 줄였다

조한송 기자, 백소희 기자
2026.08.03 04:3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AI 노스트라다무스'에게 무슨 일…거물 헤지펀드 나서

AI 포트폴리오 조정 관련 시각물/그래픽=김다나
AI 포트폴리오 조정 관련 시각물/그래픽=김다나

월가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쏠림에 대한 경계감이 짙어진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청산을 진행한 걸로 나타났다. AI 관련주 중점 투자로 급성장한 신생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는 급격히 불어나는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포트폴리오를 또다른 헤지펀드 시타델에 매각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모든 헤지펀드들이 SA와 같은 상황은 아닌 걸로 분석된다. 단 AI와 반도체 관련주에 비슷한 방식으로 집중투자한 펀드라면 연쇄적 자산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AI 투자비중 축소한 美 헤지펀드 업계

1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지난달 말 28일까지의 3거래일 동안 헤지펀드들의 '디그로싱'이 2022년 11월 이후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디그로싱은 매수·매도 포지션을 모두 줄여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 펀드'의 경우 모멘텀 투자비중이 과거 5년 평균보다 훨씬 낮게 떨어졌다. 모멘텀 투자는 상승주 위주로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최근 모멘텀 투자는 AI 종목에 집중됐다. 그 비중이 떨어진 건 그만큼 AI 투자를 중심으로 주식 청산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뉴욕증시에서 AI 및 반도체주는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주요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달 27~3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약 8% 하락했다. 한 달 기준으론 1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을 시장 조정보단 순환매(로테이션)로 본다. 투자자들이 AI 기술에 쏟아부은 막대한 자금의 수익화 여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AI 주식은 이미 하락세를 타고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에서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도 한 요인이다. 회사채를 발행해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해야 하는 AI 기업들에게 국채금리가 부담이 될 거란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투자가 옮겨가고 있단 설명이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와이 리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모멘텀 약세는 폭락이나 조정이라기보다는 로테이션에 가까워 보인다"며 "이제 시장은 투자수익률(ROI)과 현금흐름 등이 더 나은 기업들에게 보상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where markets roiled after Russia continues to attack Ukraine, in New York, U.S., February 24, 2022. REUTERS/Caitlin Ochs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where markets roiled after Russia continues to attack Ukraine, in New York, U.S., February 24, 2022. REUTERS/Caitlin Ochs
AI 중심 '급성장' 헤지펀드 굴욕, 월가 "가장 악화된 상황은 지나"

지난주 AI 관련 종목 변동성의 한 배경으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의 포트폴리오 청산이 지목됐다. 이는 전 오픈AI 연구원인 레오폴드 아센브레너가 2024년 설립한 신생 헤지펀드로 경제 전반에 걸친 AI 발전의 수혜주를 골라내는 펀드로 유명했다.

하지만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킨 AI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이 일어났다. 해당 펀드는 하락장에서 공모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야 했다. 이러한 악순환은 30일(현지시간) 켄 그리핀이 이끄는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이 SA의 남아있는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한꺼번에 매수하면서 종결됐다. 시타델은 해당 주식을 시가 대비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인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계자를 인용, 보도했다.

이로써 SA의 대량 매도 리스크가 줄자 당일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등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SA는 모든 자산을 청산한 것은 아니며 스타트업 위주로 축소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게 됐다.

'AI 노스트라다무스'에게 무슨 일…시타델 나서자 시장은 안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 연구원 출신 레오폴드 아센브레너가 이끄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Situational Awareness)는 보유한 AI 관련주 상당 부분을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에 매각했다.

SA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면서 최대 4배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7월 들어 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한 달간 67%의 손실을 냈다. 펀드에 자금과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프라임 브로커들은 SA에 마진콜을 통보했다.

SA가 추가 담보를 마련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시장에 대량으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경우 주가 하락이 추가 마진콜과 강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시타델이 SA의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을 일괄 인수하면서 시장을 통한 무질서한 강제 매도는 일단 피하게 됐다.

강제 매도 우려 완화에 AI주 반등

위험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와 반도체 관련주에 비슷한 방식으로 집중 투자한 다른 펀드가 마진콜에 직면하면 연쇄적인 자산 매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울리히 우르반 베렌베르크 멀티애셋 전략·리서치 책임자는 "AI와 컴퓨팅,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한 다른 펀드들이 있다면 이번 매각은 첫 번째 도미노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루이스 그랜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모멘텀 종목들의 급격한 조정, 많은 AI 수혜주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이 줄어든 점을 감안할 때 가장 악화된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아센브레너는 2024년 AI가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를 전망한 에세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발표해 'AI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같은 이름의 헤지펀드를 설립해 AI 관련주 투자에 나섰다. SA는 SK하이닉스(1,718,000원 ▲396,000 +29.95%) 미국주식예탁증서(ADR)에도 투자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조한송 기자

안녕하세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씁니다. 고견 감사히 듣겠습니다.

백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백소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