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이 자폐증 유발?…트럼프, 아동 예방접종 축소 행정명령

백신 접종이 자폐증 유발?…트럼프, 아동 예방접종 축소 행정명령

정혜인 기자
2026.08.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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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DC 권고 기준 기존 17개서 6개 줄여…
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 개별 접종으로…
의료·과학계 이어 공화당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백신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17개 질병이 아닌, 11개 질병에 대해서만 아동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백신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17개 질병이 아닌, 11개 질병에 대해서만 아동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신 접종과 자폐증 연관성을 이유로 아동 예방접종 권고 대상 질병 항목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료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허위 주장을 근거로 감염병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아동 예방접종 필수 질병을 11개 항목으로 축소하는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아동 예방접종 백신은 △모든 아동에게 권고되는 백신 △고위험군 아동에게만 권고된 백신 △공동 의사결정 백신 등 3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공동 의사결정 백신은 부모와 의사가 아동의 위험과 이익 등을 논의한 뒤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백신으로, 코로나19, 독감, A형·B형 감염, 수막구균 등이 포함됐다. 특정 고위험군 범주에는 B형 간염과 A형 간염이 포함됐다.

모든 아동에게 접종이 권고되는 질병은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풍진, 디프테리아, 백일해, 소아마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폐렴구균 질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수두, 파상풍 등 11개 항목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소아과협회(AAP)가 권장하는 기존 18개 질병에서 7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17개)으로는 6개가 줄어든 것이다. 예방접종 방식과 시기도 조정해 홍역·볼거리·풍진 백신(MMR)을 각각 개별 백신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접종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법무장관에게 "종교적 또는 의학적 예방접종 면제 권리를 침해하는 주 정부를 상대로 법정 대응을 추진하라"라고도 지시했다. 주 정부가 종교·의학적 이유로 자녀들의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을 막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과 백신 태스크포스(TF)는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향후 90일 안에 아동 예방접종 시기와 순서 등을 새롭게 권고하고, 통상 백신에 사용되는 성분 알루미늄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케네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보다 더 빠르게 행정명령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케네디 장관이 추진한 아동 예방접종 축소 계획은 연방법원에 의해 중단된 바 있다.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백신 접종 드물 때 자폐증 비율도 낮아"vs"근거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방접종 축소 배경으로 백신과 자폐증 연관성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수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오늘날 요구되는 백신 접종량의 극히 일부만 맞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훨씬 더 건강했고, 현재 관찰되는 높은 자폐증 비율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자폐증이 이처럼 유행병 수준으로 확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 수치를 과거 수준에 훨씬 더 가깝게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자폐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백신 권장 사항을 갖추는 것은 우리의 연구 노력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예방접종이 아동 자폐증 발병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예방접종 축소를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이전부터 줄곧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해 왔었다.

의료·과학계는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즉각 반발했다. 미 상원 보건위원장이자 공화당 의원인 빌 캐시디도 강하게 비판했다. 캐시디 의원은 "나는 의사다. 이번 행정명령은 잘못됐다. 대통령이 주장하는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백신 접종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실제 법적 효력을 가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백신 권고안은 CDC에 자문하는 전문가위원회가 마련하고, CDC 국장이 채택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어린이의 학교나 어린이집 입학 시 예방접종을 의무화할 권한은 각 주 정부에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 경제 문제에 쏠린 유권자의 시선을 백신 문제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추락하게 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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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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