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화/뉴시스] 미중 경제무역 협상 중국 측 대표인 허리펑(오른쪽)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와 미국 측 대표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13일 서울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6.05.13. /](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1612193010995_1.jpg)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만난다. 양국이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의제 사전 조율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급부상한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양국의 AI 안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베선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중국과 매우 좋은 비공개 논의를 해왔으며 이번 주말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허 부총리를 만나 이런 논의를 계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해당 발언은 중국 은행들이 이란과의 상업 거래를 지원했다는 의혹과 이에 미국이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중국은 허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회동은 물론, 오는 24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여부도 아직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 측이 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공식 확인을 내놓은 그동안의 전례를 감안하면 허 부총리, 베선트 장관의 회동과 양국 정상회담도 미국 측이 미리 공개한 날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이번 주말 회동도 지난 5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 불과 며칠 전 서울에서 회담했다.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는 이번 주말 회동에서 양국 정상회담에서 결과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경제 분야 의제를 사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양국 협상에서 쟁점이 돼온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구매, 관세, 희토류 공급망 등이 논의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관건은 AI 안전과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다. 양국 정상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정부 간 AI 대화 채널을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워싱턴 방문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AI 관련 회담의 기본적인 세부 사항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선트 장관이 이번 주말 허 부총리와의 회동에서 AI 문제를 경제 분야 의제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I 의제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주말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급부상한 AI 속도조절론이 양국의 AI 안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단 이번 주말 회동에서 양국이 AI 관련 이슈를 두고 본격적으로 첨예하게 각을 세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양국 논의 내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SCMP를 통해 "이번 AI 협상이 복잡한 현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상당히 예비적인 수준에서 향후 협상의 의제를 설정하는 성격 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AI 업계 전문가들은 AI 발전에 따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다음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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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이유로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 부정적이다. 베선트 장관도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AI 안전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AI는 이번 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며 미국이 중국과 경쟁에서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 회동에서 AI 안전과 거버넌스를 둘러싼 양국 협력 가능성과 함께 AI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가드레일'의 범위를 놓고 탐색전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중국도 미국에서 제기되는 AI 속도조절론에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중국의 AI 발전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미국측의 주장에 대해 "각종 위협론을 퍼뜨리고 악성 경쟁을 벌이는 것은 AI 글로벌 거버넌스를 방해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중
국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역시 AI의 위험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중국 외교부는 AI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규제와 거버넌스를 정교하게 하고 통제 불능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적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측이 중국의 AI모델 '증류' 문제를 짚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베선트 장관은 청문회에서 "우리가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중국 AI 모델들이 미국 AI 모델을 증류한다는 점"이라며 "증류는 '훔친다'는 말을 점잖게 표현한 과학적 용어"라고 말했다.
AI모델 증류는 작은 모델이 더 큰 모델의 출력 결과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AI 업계에서 사용되는 훈련 기법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 문제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