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명예훼손 포털 책임' 판결 의미는

'댓글 명예훼손 포털 책임' 판결 의미는

양영권 기자
2007.05.18 16:10

불법게시물 통제·적절한 기사편집 등 포털 책임 강조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식'에 명예훼손에 포털사이트들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포털사이트의 주의 의무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포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에 커뮤니티나 카페, 블로그 등의 표현물은 게시자나 커뮤니티 운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도 일단 제3자 게시물에 대해서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은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 연장선에서 법원은 탤런트 황수정씨가 자신이 수의를 입은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포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포털에게 사진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포털이 네티즌들의 명예훼손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여기에 명예훼손이 일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면 포털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포털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영역에 불법적인 내용의 표현물이 너무 많이 게시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삭제 요청, 해당 커뮤니티 활동 정지 등 피해의 확산을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피해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포털 측에서 이를 삭제해야 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향후 포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위법행위에 대한 포털 책임 추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포털사이트의 기사 배치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재판 과정에서 포털은 자동송고된 기사를 게시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단순한 '기사 정보의 전달자'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기사 제공자인 언론사와 사이에 기사 내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하는 취지의 계약도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포털이 스스로 기사의 중요도를 판단해 '편집판'이라 불리는 주요 화면에 배치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아울러 독자의 흥미도 등을 고려해 기사 제목을 변경하기도 하고, 댓글 작성공간을 만들어 기사에 관심을 유도하는 한편, 때로는 기사 자체의 내용을 넘어 정보 교환 또는 여론 형성을 돕고 있다는 점도 중시했다.

이런 점을 들어 재판부는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특정 영역에 배치해 네티즌들로 하여금 기사들을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면 고의 또는 과실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전여옥 의원이 NHN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처럼 언론사의 오보를 그대로 보도한 포털의 책임을 묻는 판결은 있었지만 기사 내용의 진위를 떠나 편집행위에 중점을 두고 명예훼손을 따진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에서 명예훼손 피해자 K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정율의 이지호 변호사도 "기사 작성은 안했지만 기사의 중요도를 판단해 배치한 것도 편집 행위로 보고, 포털사이트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한 데 의미가 있다"고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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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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