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부실 "이제 시작일뿐"

서브프라임 부실 "이제 시작일뿐"

김유림 기자
2007.07.11 08:58

S&P·무디스 RMBS등급 하향조정…"금융권 줄도산 위험" 우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가 10일(현지시간) RMBS 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해 금융시장에 한바탕 회오리가 일 전망이다.

RMBS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 유동화 증권의 일종으로, 모기지 회사나 은행이 대출채권을 담보로 또 다른 금융회사에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이다.

예컨대 30만불짜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을 가진 은행이 일정 수준 할인된 가격으로 증권을 발행하면, 은행은 채권 부실 위험을 헤지할 수 있고 RMBS를 매입한 또 다른 금융 회사는 고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를 달리 말하면 채권자가 은행에서 다른 금융권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나면 파장도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

10일 스탠더드스앤푸어스(S&P)는 2005년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등급을 부여받은 미국의 RMBS의 2.13%에 해당되는 120억7800만달러 규모의 612개 RMBS를 부정적 관찰대상((negative CreditWatch)으로 지정하고 조만간 이들 대부분의 등급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도 이날 52억달러 규모의 399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채권의 등급을 하향조정했으며, 32개 RMBS의 등급도 추가적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S&P는 또 RMBS의 잠재 부실 위험이 그동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크다며 등급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지난해 4분기까지 발행된 채권 뿐 아니라 올해 발행된 채권의 등급 조정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향후 파장은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 기관은 아울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뿐 아니라 그 보다 신용도가 우수한 알트-에이(ALt-A)채권도 서브프라임과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이 문제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데이비드 위스 S&P애널리스트는 컨퍼런스콜에서 "모기지 시장 부실로 인해 주택 가격 하락세를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면서 "올해 상황이 더 악화될 잠재성이 크다"고 말했다. S&P는 구체적으로 2006~2008년 사이 주택 가격이 8% 가량 떨어진 뒤 2008년 상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예상 보다 더 장기화된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던 금융권 줄도산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S&P가 RMBS 612개를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사실상 시장 붕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S&P가 RMBS에 투자한 부채담보부증권(CDOs)에 대한 등급 재조정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혀 연쇄 파장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부채담보부증권을 가리키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는 유동화증권의 신용 위험을 등급별로 세분화해 여러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이자를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얼마전 한바탕 혼란을 치렀던 베어스턴스 사태도 CDO 때문이었다.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헤지펀드인 '하이 그레이드 스트럭처 크레딧 펀드'(HGSC)와 '하이 그레이드 스트럭처 크레딧 인헨스드 레버리지 펀드'(HGSCELF)는 서브프라임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CDO)에 200억달러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확대되면서 이들 헤지펀드들은 20% 가량 손실을 입었다. 손실이 커지자 펀드에 투자했거나 대출했던 메릴린치, JP모간체이스, 리먼브러더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CDO를 매각,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섰고 이로 인해 청산 문제가 불거져 일대 혼란이 초래됐었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월가 금융기관들은 모기지를 CDO로 유동화시켜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또 CDO를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는 대신 높은 위험을 나눠가졌다. 최근 수년 동안 도산하는 모기지 회사들이 적었기 때문에 CDO는 가장 효율적인 파생상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SCM 어드바이저의 앤디 초우 매니저는 "서브프라임 문제는 먹이 사슬처럼 연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얼마전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된지 약 20년 정도 지났지만 안정성을 시험할 만한 대형 위기는 없었다"면서 "특히 이 기간 저금리 기조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점에서 긴축 상황시 도래할 리스크 노미노에 대해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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