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생긴 영화배우가 소파에 앉아 작은 게임기에 열중하는 광고가 인기를 끌었다. 뭔가 쓰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는 모습이 독특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얼버무리듯 중얼거리는 영어 발음이 압권이었다.
닌텐도 DS. 일본의 게임기업체 닌텐도가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인 소니를 누르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일등공신이다.
닌텐도는 게임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따라 영어 단어를 외우고 강아지를 키우며, 두뇌를 단련하는 등 게임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한 DS로 창립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665억엔, 영업이익은 2260억엔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액은 1조엔을 넘을 전망이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6조9347억엔으로 소니의 6조3808억엔을 넘어섰다. 도쿄거래소 1부에 상장돼 있는 300여개 하이테크 기업 가운데 캐논(9조3741억엔)에 이어 2위다.
화투 회사로 출발한 닌텐도는 80년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패미콤으로 게임 시장의 혁명을 불러왔고, 98년 휴대용 액정 게임기인 게임 보이, 2004년 더블·터치 스크린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를 잇따라 선보였다.
여기에 쉽고 참신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비디오게임 외에도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DS에 열광한 건 게임과 무관한 여성과 노년층. DS로 가계부를 정리하고, 심지어 불경을 공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5세부터 95세까지'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일본의 한 중학교에선 교사들이 영어수업에 이용할 정도다.
새로운 고객 개척에 나선 닌텐도와 달리 소니는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의 로열티를 자극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소니는 지난해 게임사업에서 1조엔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2323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직원 3313명의 '다윗' 닌텐도가 16만3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골리앗' 소니를 이길 수 있었던 비밀은 단순하다. 1947년 설립 이후 게임기라는 한 우물을 고집했고, 소비자 기호의 변화를 정확히 읽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이지만 기본만큼 어렵고도 강한 전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