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힌다' 세계 경제 흔들

'자금줄 막힌다' 세계 경제 흔들

박성희 기자
2007.07.27 14:45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시장 경색 우려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서버러스 캐피털의 크라이슬러 인수가 대출 지연으로 차질을 빚게 되면서 차입매수(LBO)에 따른 인수합병(M&A)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및 남미 등 전 세계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했다.

◇ LBO 대출 줄줄이 연기

신용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를 불러온 건 지난 25일 크라이슬러의 차입매수(LBO)를 위한 120억달러 규모의 대출이 연기됐다는 소식이다.

크라이슬러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털에 매각되는 것에 따라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JP모건체이스 등 7개 은행은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크라이슬러가 발행하는 채권의 수익률과 부도 위험이 높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

이에 앞서 GM의 자동변속기 제조업체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LBO을 위한 35억달러의 채권 매각도 돌연 연기되면서 앞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추진중인 200억달러 규모의 제약업체인 얼라이언스 부츠의 인수도 어려움에 빠졌다. 대출을 약속한 은행에서 시장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104억달러(50억5000만파운드)의 채권 발행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

◇ 신용시장 경색 우려, 세계증시 급락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제시해야 하는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26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11.50 포인트(2.26%) 하락한 1만3473.57을 기록했다. 지난 2월27일 416포인트(3.3%) 떨어진 이후 올해 들어 두번째로 낙폭이 크다.

범유럽 지수인 다우존스스톡스600지수는 374.56으로 2.8% 하락, 지난 2월 27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남미 증시도 크게 밀렸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3.76%, 멕시코 볼사 지수는 3.56% 빠졌다.

아시아증시도 급락세다. 오후 2시 현재 일본의 닛케이225평균주가는 2.4%,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3.4% 빠지고 있으며 홍콩 항셍지수와 싱가포르 ST지수는 각각 2%, 2.4% 하락중이다.

◇ 회사채 시장 냉각

골드만삭스와 베어스턴스 등 월가 투자은행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신용시장에 대한 우려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1000만달러 규모 회사채 CDS는 최근 1만8000달러나 올라 8만5000달러를 나타냈고 베어스턴스의 CDS는 2만9900달러 증가해 11만달러를 기록했다.

크라이슬러와 얼라이언스부츠 인수 파이낸싱에 참가하고 있는 JP모간체이스의 CDS는 7만5000만달러로, 2만5000달러나 상승했다.

CDS의 가격의 상승은 투자은행들이 부실 채권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캘버트애셋매니지먼트 그레고리 하빕 매니저는 "채권을 팔려는 기업만 있을 뿐 선뜻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시장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 M&A 위축될 것

그동안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M&A 시장은 몇 해동안 급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정크본드와 서브프라임모기지 기반 유동화증권의 부실로 기업들의 채권 발행 금리가 상승하면서 바이아웃 기업의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세계 증시가 급락한 게 바이아웃 열풍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 발행 계획이 밀린 월가의 주요 은행들은 비용 상승을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리 대출에 힘입어 지난 5년동안 자동차와 신문 등의 산업에 막대한 자금줄이었던 LBO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포드가 구조조정 비용을 위해 대출과 채권 발행으로 230억달러를 조달하는 등 경영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은 저리 대출을 통해 구조조정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주 동안 40개가 넘는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연기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갔다. 기업들이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투자은행들이 떠맡은 채권만도 최소 32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LBO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대출 자금이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손실 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선 대형 사모펀드 관련 계약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블랙스톤과 KKR의 관심을 끌었던 영국 식품회사 캐드베리 스윕스의 음료 사업부는 150억달러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출 상황이 악화되면서 계약은 수개월 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WSJ는 신용시장 환경의 변화로 앞으로 주식과 높은 신용등급이 뒷받침되는 보수적인 M&A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선 가을이면 금융시장의 우려가 줄어들면서 LBO방식의 M&A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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