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다보면 흥미로운 제목에 소위 '낚였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지요.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멋진 제목 때문에 시집이나 수필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 파견된 장교들이 문화적 차이로 혼란을 겪자 미국정부가 인류학자 베네딕트에게 의뢰해 만들어진 연구서입니다. 일본인들의 문화와 습성, 역사적 배경을 조사한 '점령지 완전정복'이었던 셈이지요. 이런 배경을 알고 읽어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야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최근 신용카드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가맹점 수수료입니다. 음식점 등에서 카드를 긁으면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가맹점으로 보내집니다. 인프라를 운영해주는 비용인 셈이지요. 중소 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술집, 옷가게 등은 매출규모가 작아 요율이 높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따라 최근 이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카드사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는데, 다만 인하폭에 대해서는 논쟁이 치열합니다. 따라서 적정수수료를 평가하기 위해 금융연구원에서 원가분석을 진행중이지요.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비씨카드의 행동입니다. 원가분석이 한창인 지난 5월 중소 가맹점을 위해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가맹점이나 정치권에서는 환영을 받았지만 카드업계에는 큰 충격을 줬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업계에 큰 영향이 있는만큼 여론을 수렴한 후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비씨의 돌출행동으로 나머지 카드사들이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비씨카드는 나름대로 속내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검토중인 정책 한가지가 자사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 것이지요. 카드사들의 가맹점 전표 매입업무를 떼어내 이를 전담하는 업체를 육성한다는 것인데, 비씨가 그 후보업체로 올라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회원은행의 영향력 축소로 고심하고 있는 비씨 입장에서는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는 대신 정책지원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베네딕트는 일본인을 멋지게 비유했지요. 겉으로는 온순하지만 동시에 호전적이고, 예의바르지만 내면은 반항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국화'와 '칼'로 표현했습니다. 이를 일본에서는 '혼네(本音, 속마음)'와 '다테마에(建て前, 겉모습)'라고 한다지요. 비씨의 '혼네'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