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업료 아니겠어요?"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가 심각하게 번지기 전 A은행 관계자는 여유있게 말했습니다. 그는 자산담보부증권(CDO) 투자로 발생한 손실을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수업료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은행은 서브프라임 관련 CDO 투자를 다른 은행보다 많이 한 상황이었지요.
이 관계자는 IB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조금만 손실이 나면 들고 일어나 비판하는 분위기도 못마땅해 했습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수익이 난다면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은행보다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B은행을 거론했습니다. B은행은 CDO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편입하지 않아 손실을 보지 않았지요.
이 관계자는 "B은행이 당장은 쾌재를 부르겠지만 은행의 미래를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지금처럼 안전한 길만 골라서 가다보면 IB시대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의 발언이 있은 후 사태는 좀 더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으로 글로벌 주가가 곤두박질쳤습니다. 덩달아 CDO 투자로 인한 평가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요. 일단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은 B은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B은행 관계자는 "투자도 중요하지만 잘 모르는 시장에 가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는 이어 "은행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게 맞다"면서 "앞으로도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보수적인 기조로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원래 적절한 리스크를 통해 적절한 이익을 챙기는 것인 은행 본연의 임무라는 겁니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손실을 피한 B은행에 우선 박수를 보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해 적잖은 사전 경고와 과도한 도덕적 해이가 작용했다는 분석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A은행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 보수적인 B은행이 다른 은행에 추월당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IB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리스크 감수도 필요한 게 아닐까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미지수지만 A은행과 B은행 중 누가 웃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