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자 철학과 스타일 담긴 개편안 …대수술 후유증 과제로
16일 공개된 정부 조직 개편안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폭이나 강도 모두 그랬다. '핵폭탄급'이란 평가도 나온다.
숫자로 보면 13개 중앙행정기관이 줄어드는 정도지만 내용은 '전면 개편'에 가깝다. 정부 고위 공무원은 "해체"라는 표현도 했다. 기존 '18부 4처'중 조직 개편의 칼바람을 맞지 않은 곳은 국방부, 법무부, 노동부 등 3개부에 불과할 정도. 폐지부터 기능 조정까지 변화의 바람이 닿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색깔이다. 곳곳에 MB(이 당선인)의 철학과 흔적이 묻어난다. 이 당선인 측근은 "이 당선인의 구상대로 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개편'이란 얘기다.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다른 시스템 익숙해진 손과 발을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움직일 수 있게 세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규제 개혁'이다. 신년기자회견에서 일성으로 규제 개혁을 언급했던 이 당선인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간이 할 일은 민간에, 지방으로 줄 것은 지방에 넘긴다"는 게 골자다.
이는 그간 정부가 해 왔던 일을 "민간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MB와 새 정부의 인식은 공무원들이 '규제'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조직'을 붙들고 있다는 것. 조직 개편은 기능 재편뿐 아니라 해체를 통한 규제 없애기 일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이 당선인 측근 인사는 "당선인이 집권 초기 규제 개혁에 매진할 것"이라며 "부처가 나눠져 있으면 규제를 없애기 어려운 만큼 조직 개편은 규제 개혁의 전초전"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 작업을 총괄한 박재완 의원도 "조직 개편의 후속작업으로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노림수를 분명히 했다.
이 당선인의 철학인 '실용주의' 역시 조직 개편안에 담겨 있다. 박 의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부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실용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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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작업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부처의 반발도 실용주의로 넘겼다. 조직 이름이나 틀 등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철저히 배척하며 '효율'과 '실리'로 몰아붙였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등 상층부부터 '다이어트'를 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중한 검토후 결정되면 밀어붙이는 'MB스타일'도 그대로 재연됐다. 정책 기획 조정 능력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우와좌왕했던 현 정부를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도 적잖다. 국회 통과 여부는 차라리 쉬운 과제. 무엇보다 '대수술' 이후 후유증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공직 사회의 동요를 막아야 하고 화합적 결합 등 새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도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밀어 붙이면 따라가겠지만 개혁 작업도 병행하다보면 시행착오가 적잖게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