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빅히트]
프랑스 소시에떼 제네럴(SG) 은행이 지난주 사상최대 선물 사고로 입은 손실의 대부분이 SG의 사고 수습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애초 SG는 선물 사기를 친 제롬 커비엘이 해킹 등을 통해 막대한 포지션을 은폐했고 이를 통해 회사가 49억유로(72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다수 외신에 따르면 대규모 사기 행각이 드러난 이후 커비엘의 포지션을 들여다본 경쟁사 관계자들은 SG가 포지션 정리를 과도하게 진행해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SG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한 경쟁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 경영자는 "커비엘은 SG의 얘기와 달리 유럽증시에 상장된 지수선물 투자를 통해 49억유로를 잃지 않았다. 커비엘이 붙잡혔을 때 그의 계좌가 축적한 손실은 15억 유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머지 34억 유로의 손실은 SG의 이사진이 (사고처리 과정에서의 잘못된 포지션 청산으로) 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물론 SG측은 커비엘의 위험한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수습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SG는 커비엘이 회사의 통제시스템을 교묘하게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워낙 뛰어난 포지션 은폐 기술을 갖추고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는 해명으로 보인다.
SG의 IB 부문 대표인 장 피에르 무스티어는 31세의 커비엘이 영국 독일 그리고 유로스톡스50지수에서 파생된 선물에 투자한 계약이 금액으로 무려 500억 유로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SG의 시가총액보다 많다.
선물 매매에서는 일정한 비율(한국 코스피200지수 선물의 경우 거래대금의 15%)의 증거금만 있으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커비엘이 매매에 투입한 돈은 500억 유로보다는 훨씬 적다. 그래도 커비엘의 포지션은 아마 역대 최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등급이 높지 않아 자신의 계좌에는 일정한 금액만 할당이 되는 커비엘이 이처럼 상상 불허의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무스티어는 "2내지 3일마다 커비엘은 그의 포지션을 바꾸었다. 예컨대 컴퓨터에 의해 문제가 지적될 만한 매매를 실행한 이후 컴퓨터가 이를 알아차리기 이전에 이 포지션을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회사의 전산시스템이 트레이더의 포지션을 점검하는 2~3일간의 시간적 차이를 이용해 포지션을 불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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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엘은 이를 통해 수십만 건의 은폐된 매매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같은 수의 정반대 포지션을 보유했다고 했다. 예컨대 100개의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면 동시에 이를 헤지(위험 제거)하는 100개의 매도포지션을 보유하는 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체결하면 지수 변화에 따른 손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이때 100% 헤지가 발생한다.
커비엘은 헤지를 위한 포지션은 실제로는 없는데 있는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조작 기법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커비엘은 시스템 부서를 비롯한 백 오피스와 매매데스크까지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관련 부서에서 직접 근무한 경험도 있다. 회사 전산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의혹도 있다.
SG가 이번에 입은 손실을 2007 회계연도에 반영한 게 옳았는지도 논란이다. 커비엘의 사기행각이 2008년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액주주 모임은 다니엘 부통이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SG측은 내부 회계 규정에 맞게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이렇게 커질 때까지 어떻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회사는 또 어떤 식으로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는지 하나같이 불투명하다.
한편 커비엘은 베어링을 파산으로 몰아간 닉 리슨에 이어 자타가 공인하는 악덕(rogue) 트레이더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평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이웃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고 있다.
이웃 주민인 79세의 코레트 토마스는 "커비엘은 매우 잘 생겼고 용모 바른 청년이다. 잘은 모르지만 계단에서 자주 인사를 나눴고 내 애완견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딸인 이사벨은 AP통신의 취재에 대해 "일주일에 한번씩 그를 봤는데 말이 없었고 계단을 한꺼번에 4개씩 올라간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커비엘이 살던 뉴일리의 일부 주민들은 그가 이웃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커비엘이 살던 건물의 지하에서 잡화점을 하는 로버트 마스토라키스씨는 "그가 한번도 오지 않았고 여기서 돈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뉴일리는 파리 서부 외곽에 위치한 도시로 부유층들이 모여한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28세인 83년 시장으로 당선된 그 곳이다. 매너도 좋고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커비엘은 4층 건물의 맨 위층에 살았으며 가까운 역에 가서 기차를 타면 세 정거장 지나 그의 사무실이 있는 라데팡스에 갈 수 있다. 이 건물에서 그는 2년 정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