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철도·도로 마비 발만 동동…광둥성 물류타격 식료품값 들썩
"중국 속담에 '부자든 가난하든 춘제(春節)는 고향에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춘제에 길게는 3주 동안 휴가를 내고 모든 사람들이 고향에서 신년을 맞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폭설로 교통이 완전히 마비돼 귀향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방송에서 '올 춘제는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그냥 거주하는 곳에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권유할 정도입니다"
고향인 허베이(河北)성에서 명절을 지내기 위해 상하이(上海)의 공항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항공편을 기다리던 주얀휘(28)씨의 말이다. 주씨는 이미 비행기가 뜨는 것을 체념한 듯 "그냥 돌아가야할 것 같다. 철도와 고속도로 마저 막혀 도저히 고향에 갈 방도를 찾을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상하이 공항은 난장판
중국 중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상하이에서도 1~2일 또 다시 폭설이 내려 항공기 이·착륙에 많은 차질이 빚어졌다. 항공기 운항 취소가 잇따랐고, 승객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공항 당국도 제설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아 중요한 국제 노선 위주로 어렵게 항공편 운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금융대국 중국' 기획 취재를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했던 기자 일행도 상하이에서 뜻하지 않은 폭설을 만났다. 따뜻한 남쪽 지역으로만 여겼던 상하이 공항에 내리자 지난달 25일 내렸던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그리고 1일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2일까지 많은 눈이 내렸다. 취재를 위해 상하이 금융 중심지역인 푸둥(浦東) 지역과 은행들이 밀집한 와이탄 거리에 도착했을 때에도 내리는 눈 때문에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상하이에서 차량으로 1시간이면 방문하는 쑤저우(蘇州) 지역으로 향하는 도로는 눈이 내리면서 8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다 결국 봉쇄됐다. 나머지 도로도 마찬가지 사정이었다. 도로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들을 위해 인근 주민들이 물과 식량, 담요를 공수해주고 있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상하이 시내는 온통 주차장으로 변했다. 원래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어서 제설 장비가 많지 않았고, 겨울용 미끄럼 방지 타이어를 갖춘 차량도 적었기 때문이다.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도 제설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1일 오후부터 비행기가 연기되기 시작하더니 2일까지 모든 항공편의 출발이 미뤄졌다. 공항안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언제뜰지 모를 항공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결국 운항이 취소된 승객들이 직원들과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속출했다.
상하이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들도 활주로 부족으로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해 인근 지역을 3~4시간씩 선회하다 연료가 부족한 항공기 먼저 착륙을 허가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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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일본 나고야로 향하는 항공편은 무려 13시간 연착됐다. 좀처럼 불만을 토로하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인 승객마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공항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상하이 지역 주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원래 양자강 이남 지역은 눈이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법으로 양자강 이남 지역은 난방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50년만의 대폭설이 내리자 상하이 시민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 이번 취재여행을 도와주었던 가이드는 "양자강 이남 지역은 난방이 금지돼 있어 비교적 추위에 단련된 한국 교포들도 겨울에 난로 등 월동장비를 마련한다"며 "난방용구를 준비할 경제력이 되지 않은 상하이 서민들의 고통은 더 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60명 사망, 이재민 1억명, 경제손실 75억 달러
중국 전역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연속해서 내린 50년만의 최악의 폭설로 물류가 마비돼 경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금껏 내린 폭설로 지난달 31일까지 19개성에서 538억위안(75억달러·약 6조99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재민이 1억명을 돌파하고 60여명이 사망했다. 예보에 따르면 폭설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지역인 중국 중·남부 지역은 별다른 제설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이번 폭설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도로는 마비됐고 철도도 끊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설로 인한 채굴과 운송 차질로 발전용 석탄 비축량이 부족, 전력이 차단됐다. 일부 도로는 제설 작업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폭설이 다시 쏟아져 완전히 마비됐다. 이에 따라 피해 복구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 광둥성 마비, 세계경제 타격 우려
특히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광둥(廣東)성과 상하이 지역 교통이 마비되면서 주요 공업 지역의 부품 조달도 원활하지 못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해외 수출이 마비되면서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부 지역의 곡물 생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미 일부 도시 지역에서는 물류 마비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식료품과 연료 가격이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상하이 중심가인 난징루에 있는 한 식당 주인에게 식료품 상황을 물어보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음식 재료들의 값이 치솟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음식값을 더 올릴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비상 사태에 바짝 긴장하고 나섰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군대에 비상령을 선포하고 제설작업에 나설 것을 독려했고, 직접 피해 지역을 방문하며 민심 달래기에 진력하고 있다.
후 주석은 지난달 31일에는 산시성의 석탄 탄광을 방문해 직접 생산과 수송을 점검했다. 그는 "에너지 공급이 중국 경제에 중요한데, 상황이 너무 심각해 밤에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 석탄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미 발전용 석탄 비축량은 평소 절반 수준인 2000만톤으로 줄어들었다.
원자바오 총리와 시진핑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지도부도 역할을 분담해 폭설 지역을 방문하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나섰다. 원 총리도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폭설 피해가 극심한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광저우(廣州)를 방문했다.
성난 민심, 일촉즉발
중국 언론들은 춘제를 앞두고 민심의 동요를 걱정해 눈 피해를 상세하게 보도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언론들은 후 주석의 민심 달래기와 군인들의 피해 복구 상황 등을 간간히 전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상세한 피해 상황을 알고 있는 중국인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많은 중국인들은 고향 방문이 어려워졌으며, 물가가 비싸지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자칫하면 민심 동요가 큰 위기 상황인 것이다.
중국 철도부도 지난 31일까지 2859대의 열차가 연착되고 397대의 운행이 중단돼 지금까지 580만명의 승객의 발이 묶였다고 발표했다. 중국인들이 춘제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할 경우 중국의 민심은 더욱 흉흉해질 전망이다.
폭설이 중국 중앙은행 정책도 바꿔
이에 따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주말 폭설 피해 지역에 한해 자금대출 한도를 풀기로 결정했다.
인민은행은 웹사이트를 통해 폭설 피해지역에 한해 대출한도를 푼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한도를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폭설로 인해 물가가 폭등, 인플레이션율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