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민유성과 킬리만자로의 표범

[현장클릭] 민유성과 킬리만자로의 표범

김익태 기자
2008.08.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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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높은 이상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그래선지 적잖은 최고경영자(CEO)가 애창곡으로 삼는 듯 합니다.

어디 CEO들 뿐이겠습니까. 워낙 곡이 좋아 술 한잔 걸치고 노래방에 가면 주로 남성들이 쉽게 번호를 누릅니다. 노래가 시작되면 눈 지그시 감고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라며 한껏 분위기를 잡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초반부 나레이션의 난이도가 의외로 높아 낭패를 보곤 합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의 18번도 '킬리만자로의 표범' 입니다. 그는 초반 고비를 부드럽게 넘길 만큼 노래실력이 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보면 왜 이 노래를 18번으로 택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증권사를 두루 거친 민 행장은 종종 '사냥꾼론'을 얘기합니다. 농사꾼은 봄날 씨 뿌리고 거름 주고 작물이 자라기를 기다립니다. 풍년이 들면 한 1년 걱정 없이 살 수 있지만 땅 크기가 한정돼 수확이 좋아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냥꾼은 이와 달리 먹이를 찾아 나섭니다. 뭐든 잡아야 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게 잡으면 배를 곯아야 하지만 많이 잡으면 배불리 나눠먹을 수 있습니다.

민 행장은 "IB는 농사꾼이 아니라 사냥꾼"이라고 정의합니다. 기다리지 말고 먹이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얘깁니다. 많이 잡은 만큼 나눠갖고 성과가 없으면 굶어야 하는 게 이 바닥 생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그간 IB를 표방했지만 농사꾼이었지 사냥꾼은 아니었다고 냉정히 평가합니다. 민영화하는 산은은 전문 사냥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행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직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철저한 성과 중심의 냉엄한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입니다.

민 행장의 노래처럼 산은이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산 정상 높이 올라 굶어서 얼어죽는 표범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참고로 그간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18번으로 갖고 있던 산은 일부 임직원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합니다. 노래방에서 지켜야 할 25계명 중 에티켓 1번이 바로 '상사의 18번을 먼저 부르지 말라'인 까닭입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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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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