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전격 방문
-20년 가까이 인연 이어와
-역대 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 중 가장 가까운 사이
-그들이 엮어낼 해법은 무엇일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을 공식 방문한 13일 오전, 서울에는 오랜 가뭄 끝에 반가운 단비가 내리고 있었다.

윤 장관은 취임 나흘만인 이날 재정부 장관으로서는 지난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11년만에 서울 남대문 한은 본관에 들어섰다.
시작이 좋았다. 윤 장관은 조찬 모임 전에 "이성태 총재님을 모시고 오랜 세월 정책 파트너로 일해 왔다"며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사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윤증현 장관님의 취임을 축하하고 상황을 협의해 잘 하자는 취지에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고,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자주 오겠다"고 웃음을 이끌었다.

윤 장관과 이 총재는 역대 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 중 가장 가까운 사이로 여겨진다. 각각 재정부와 한은에서 일하며 업무상 자주 만났다. 윤 장관이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맡았을 때(2004~2006년 사이) 이 총재는 부총재였다. 한은 부총재는 금융위의 상임위원회 상임위원(당연직)을 맡기 때문에 두 사람은 최소 한달에 두번씩 얼굴을 맞댔다.
이 총재가 2006년 총재가 됐을 때 두 사람은 다시 서별관회의(경제금융대책회의)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났다.

또 윤 장관이 외환위기 직후 옛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이었을 때 이 총재는 조사국 국장으로 연관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 이전에 윤 장관이 옛 재무부 증권국 국장이었을 때(92년 즈음) 이 총재는 연관부서인 자금부 수석부부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거의 2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길을 밟아왔다. 윤 장관(63)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과대학과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이 총재(64)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 총재가 윤 장관보다 대학 1년 선배다.
재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내내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해 재정부와 한은 사이에 공을 다퉜던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재정부는 특히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은 측에 맹공을 퍼부었다. 중앙은행이 너무 느긋하다는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재정부가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으로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견이 팽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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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두 사람은 조찬 모임에 앞서 7시 55분부터 8시 25분까지 30분 넘게 총재실에서 둘만의 만남을 가졌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 양측 모두 확인해 주지 않지만, 분명 윤 장관 측이 '협의 보따리'를 갖고 왔을 것이다.
굵직한 카리스마형인 윤 장관이 취임 직후 자청해서 한은을 방문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와 한은이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한다"는 윤 장관의 원론적인 발언 뒤에는 윤 장관 특유의 '묘책'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15층 식당에서 양측 배석자들은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창문 너머엔 정다운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예상보다 길어진 만남 때문에 죄 없는 깨죽만 식어가고 있었다.
윤 장관은 조찬 모임 후 금통위원들까지 두루 만나고 10시 10분경 한은을 떠났다. 윤 장관은 과천 재정부로 돌아가면서 측근에게 "오길 잘했지?"라고 했다고 한다. 스스로 한은행을 택했고, 그 성과에 대해 만족했다는 얘기다. 과천으로 돌아가는 윤 장관의 눈에 이날 내린 보슬비는 유독 정겹게 느껴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