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만3천원짜리 하이네켄

[기자수첩] 2만3천원짜리 하이네켄

양영권 기자
2009.03.23 10:08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신스졔(新世界)백화점 1층에 위치한 화장품 코너의 랑콤 매장. 현지 관계자에게 선물할 10만원 이내 가격의 화장품을 사기 위해 들른 기자 일행은 선뜻 물건을 고를 수 없었다. 웬만한 제품은 가격이 800위안을 넘었기 때문이다.

800위안이라면 환전해 갈 때의 원/위안 환율(매도환율) 220원을 적용하면 17만6000원에 달한다. 결국 490위안짜리 조그마한 아이크림 하나를 골랐다. 가장 가격이 낮은 편에 속했지만 그래도 10만원을 넘었다. 한국 백화점에서는 동일한 제품이 5만∼6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바로 전날 저녁 상하이역 북쪽 다이닝루에 위치한 한 호텔 앞 노천 바. 간단히 맥주를 시켜 마시고 자리를 일어서던 일행은 청구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하이네켄 캔맥주 하나에 105위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2만3000여원. 고급 바에서도 비싸야 1만원 하는 한국 생각이 절로 났다.

충격은 출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간 푸둥공항에까지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중국 명주 '수정방' 52도짜리 한병의 면세점 가격이 407위안. 원화로는 9만원에 가까웠다. 불과 2년 전 들렀을 때처럼 5만원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는 구매 결정을 내리기까지 20여분을 망설여야 했다.

짧은 상하이 출장은 살인적인 물가를 체감하는 연속이었다. 상하이가 다른 중국 도시에 비해 물가가 높은 것도 있겠지만 위안화 가치가 최근 들어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위안 환율은 지난 2월 평균 209.11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9%나 올랐다. 이때문에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 현지 지사에서도 원화 표시 기준으로 월급을 받으면 도저히 생활이 안돼 위안화로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경제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엿본 순간순간이기도 했다. 경제위기가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환율 때문에 좁혀지거나 벌어진 경쟁국 제품과의 가격 차이는 수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유리한 환율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투자 규제를 개선한다면 급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도 증가세로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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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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