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사외이사도 책임 '우회적 비판'…경영진 압박 '다목적'
취임이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이번엔 사외이사들을 불러 모았다. 금융위원장이 은행 사외이사들과 공식적으로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 위원장은 1일 간담회에서 “이번 금융위기 극복의 열쇠는 은행이 쥐고 있는 만큼 은행경영의 감시자이자 의사결정자인 사외이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당국의 노력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 위원장은 평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는 곳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를 감안하면 간담회까지 자청한 이유치고는 너무 밋밋하다.
진 위원장은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되자 그제서야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최근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것은 펀드 불완전판매나 키코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과거 2∼3년간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외이사는 현장에서 은행에 관한 주요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문지식을 활용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과거 은행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사외이사가 제대로 견제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은행들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로 잡지 않으면 제2, 제3의 ‘키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진 위원장의 판단이다. ‘국제적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외이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역할을 증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사외이사에 대해 일제 조사를 진행했고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이날 모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금융지주회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해당 금융지주회사뿐 아니라 자회사 및 손자회사와도 사업 관계가 있는 사람은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발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만남은 은행 경영진에 대한 ‘압박용’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소비자 보호장치가 미흡한 상품이 판매되거나 외형확대 경쟁에 몰두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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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와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 자체가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검사나 자료요구 등을 통해 지켜보고 있지만 내부자인 사외이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사외이사를 별도로 만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 경영진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며 "참석자들 상당수가 앞으로 서류 검토 등을 보다 꼼꼼하게 해야겠다는 분위기여서 다소 긴장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