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한 곳에 관광객 1000명 "피부과는 관광코스"

병원 한 곳에 관광객 1000명 "피부과는 관광코스"

최은미 기자
2009.04.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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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뷰티산업 '외화박스' <2>외국인이 반한 '메디컬스킨케어'

"메디컬스킨케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관광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뮤지컬 '난타'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품이듯 말이죠. 이미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의 메디컬스킨케어는 인기가 많습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은 메디컬스킨케어를 "한국 의료계만이 가진 독특한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메디컬스킨케어란 레이저 등을 활용한 치료에 마사지와 팩 등 관리를 결합해 여성의 피부를 하얗고 탱탱하고 촉촉하게 가꿔주는 시술을 뜻한다. 이미 아름다운나라 피부과는 매년 1000명이 넘는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여건만 봐도 한국 메디컬스킨케어의 전망은 밝다. 일본의 경우 성형분야에서는 대규모로 수술을 실시하는 전문병원이 많지만 피부쪽은 드물다.

중국은 전문의 제도가 아직 정착돼 있지 않아 피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드물다. 피부관리실 격인 미용원에서는 얼굴마사지 등 간단한 서비스 정도만 제공한다. 의사가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잡티를 제거하고 주름을 개선해주고 얼굴을 하얗게 가꿔주는 메디컬스킨케어는 중국인들에게 놀라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메디컬스킨케어를 경험하러 방한했던 중국 관광객들은 하나 같이 "한국인들은 피부가 어쩜 그리 좋으냐"며 감탄하다 피부과를 나설 땐 "고운 피부의 비결을 알겠다"며 만족스러워 한다.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조차 메디컬스켄케어는 생소한 개념이다. 미국에는 아예 피부과 전문의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피부과 전문의라 해도 대부분 피부암 위주로 진료한다. 피부 레이저 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의료센터가 있긴 하지만 스킨케어와 연결돼 있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메디컬스킨케어의 역사 자체가 녹록치 않다. 이미 1990년대 중후반부터 피부 잡티를 제거하는 레이저 시술 후에 비타민C를 침투시키는 스킨케어를 적용하는 등 치료와 피부관리를 결합하는 모델이 등장했다. 레이저로 여드름을 치료한 후에 바로 피부 각질층과 죽은 피부를 녹이는 피부 스케일링으로 피부를 곱게 가꿔주는 것도 같은 사례다.

기미 등 잡티나 여드름을 '병'으로 인식해 치료한 후에 약만 주는 다른 나라 피부과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이런 점에서 메디컬스킨케어는 한국의 관광상품으로 내세울만하다.

메디컬스킨케어는 간편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성형만 해도 칼을 대는 시술이라 마취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복기간 동안 입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큰 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메디컬스킨케어는 1시간 가량 마사지 받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받을 수 있다"며 "그야말로 여행 왔다 고급 피부관리 받는다는 개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술 후 치료받은 티도 나지 않아 부가가치 높은 관광상품으로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호텔 수준의 서비스도 관광객들이 흡족해하는 주요한 이유다. 해외 환자 유치에 적극적인 피부과는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해외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따라다니며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사후관리를 도와준다. 실제로 몇몇 피부과는 5성급 호텔 내에 직접 입점해 VIP 환자를 유치하는 한편 최고급 호텔의 일류 서비스를 가까이서 익히고 있다.

메디컬스킨케어는 추가로 투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탄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원급 피부과만 889곳에 달한다. 피부과 한 곳당 적게는 3~4대에서 많게는 20대가 넘는 레이저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피부과에는 이미 최소한 4000여대 이상의 레이저 장비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 보급된 레이저장비 종류도 주름부터 탄력, 피부톤 개선, 모공축소, 흉터치료, 기미, 백반증, 안면홍조, 다크써클 등 목적별로 다양하다.

 

장비도 많고 환자도 많다보니 기술력은 날로 높아진다. 한국의 피부과 한 곳에서 미국과 유럽의 피부과학회를 비롯해 레이저학회, 피부외과학회, 피부미용학회 등 각종 관련 학회에 1년에만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한 병원명을 함께 쓰며 협력하는 유명 네트워크 피부과들은 누적된 환자 데이터베이스만 수십만명에 육박한다.

안건영 고운세상피부과 원장은 "국내 피부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임상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 종합병원급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안과나 치과는 몰라도 피부과 네트워크가 한국처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도 드물다"고 말했다.

또 "백인의 피부는 수술을 해도 흉터가 잘 남지 않지만 동양인은 흉터는 물론 색소 침착도 많이 되는 특성이 있어 꼼꼼하게 더 연구할 여지가 많다"며 "이것도 한국 피부과 의사들의 기술력이 발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고운세상피부과의 이지호 원장 외 3인이 발표한 기미치료 관련 논문은 최근 미국피부외과학회지(Journal of Dermatologic Surgery)에 게재됐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도 유럽레이저학회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눈가 주름의 치료효과'를 발표하는 등 지난해에만 20여편의 임상 연구논문을 국제학회에 소개했다.

리더스피부과는 지난해에만 20여편의 연구논문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거나 국제학회지에 등재시켰다. 특히 지방성체 줄기세포에서 성장인자를 추출해 피부노화를 막는 내용의 박병순 박사 논문은 미국피부외과학회가 선정한 '지난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에 꼽혔다.

메디컬스킨케어 기술을 배우러 한국을 찾는 해외 의사들도 많다. 동남아시아 지역 의사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고운세상피부과를 방문해 메디컬스킨케어 전반에 대한 강의를 듣고 간다. 오는 9월에도 싱가폴과 필리핀, 태국 등에서 30여명의 의사가 방문할 예정이다.

국내에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해외로 직접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는 2004년에 중국 베이징에 진출, 현재 2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한국 피부과에서 치료받고 간 중국 환자들의 사후관리도 담당한다. 고운세상피부과는 지난해 7월 2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비버리힐즈에 진출했다. 백인사회를 공략, 미국 내에 한국 이상의 메디컬스킨케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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