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들이여, 봉기하라!

기업가들이여, 봉기하라!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기자
2009.04.21 16:24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1983년 2월 8일, 지금은 고인이 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이른바 도쿄선언을 합니다. '도쿄선언’을 하기 일년 전, 미국 IBM을 둘러본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가 없으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에 예속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결국 통 큰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이렇게 언제나 세상을 바꾼 성공의 뒷이야길 살펴보면, 운명의 선택을 해야 했던 사람과 또 도전이 숨어있습니다.

반도체라면 미국과 일본이 한참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삼성의 결정에 대해 당시 주위에선 냉소적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반도체 망국론까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밀어붙인 도전정신, 위험을 무릅쓴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은 어떻습니까?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조선업 진출 당시 500원 권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버클레이 은행의 차관을 따내고 황량한 조선소 부지의 사진하나 만을 덜렁 가지고 그리스의 거물 해운업자로부터 배 두 척을 수주해 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 회장의 신념이 그대로 녹아든 사롑니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지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겐 이런 기업가 정신이 아쉽습니다. 기업이 여유 자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안 한다는 말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일자리는 줄고 경제 전반에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할까요?

이론적으론 기업들은 어떤 사업을 해서 얻게 될 수익이 이자보다 클 때 투자를 합니다. 한마디로 남는 장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수지가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수익예상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은 무리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웬만큼 고수익의 확신이 서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 기업은 다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한 판 승부를 걸 줄 압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반도체나 조선 사업, 이런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가능이나 했겠습니까?

요즘 우리 기업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빚 부담에 눌려 재무적 위기를 겪었던 97년의 외환위기의 여파로 모험보다는 안전위주의 수세적 경영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듭니다. 2-30년을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보다 가진 것 지키면서 주주에게나 잘 보이고 상황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에 나서는 식의 위험 회피형 경영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주요 그룹의 안 살림을 들여다 보면 말 그대로 일을 벌이는 기획라인은 퇴조하고 현상 위주의 보수적 재무라인이 의사결정 라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위기관리 형태로 조직이 바뀐 거지요. 이런 풍토 아래서는 위험을 돌파해가며 새로운 사업을 일구는 기획형 기업가 정신이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겁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일본전산이라는 기업의 이야깁니다. 일본전산은 1973년 문을 열자 마자 1차 오일쇼크로 인한 장기 불황에 직면합니다. 참 운도 없는 기업이지요. 그러나 ‘불황은 핑계일뿐 이럴 때일 수록 투자를 해나간다는 공세적 전략을 펼쳐 초정밀 모터, 하드디스크용 모터, 자동차용 모터 등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겁니다.

유명한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꼽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중 하나는 바로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군용 비용기를 주로 제작해 온 미국 보잉사가 경험이 없던 상용 비용기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입니다. 회사를 도산의 길로 몰고 갈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보잉은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위기 속에서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했던 기업들...우리가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런 프론티어 정신이 미래를 개척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도 이제 상황이 호전되기를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공세적 투자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업가적 야성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투자도 늘리고 유능한 인재 채용하고 마케팅도 해야 미래가 열립니다. "기업가들이여! 봉기하십시요!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국가 경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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