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션스11' vs '뱅크스 19'

[기자수첩]'오션스11' vs '뱅크스 19'

전혜영 기자
2009.05.11 07:00

헐리우드 인기배우이자 제작자인 조지 클루니가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 톱스타들과 힘을 합쳐 만든 영화 '오션스11' 시리즈는 한편의 잘 짜여진 사기극이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되고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주인공 일당은 현란한 두뇌플레이와 환상의 팀워크를 발휘하며 원하는 '돈'을 손에 거머쥔다.

지난 3개월 가량 진행된 미국 금융권의 스트레스 테스트 과정을 지켜보며 내내 떠오른 `시놉스`이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작, 감독을 맡고 19개 대상 은행들이 주연을 맡은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와 같다는 생각이다.

미 정부의 사전 준비 과정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꼼꼼하다 못해 치밀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 2월 대형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3월 초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용 경색이 재고조될 조짐을 보이자 미 정부는 발표를 늦췄다. 이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살아난 5월이 돼서야 결과는 발표됐다. 마치 어린이전용 영화가 개봉시기를 방학 특수에 맞춘 인상이다.

각본도 치밀했다. 미 정부는 테스트 과정 내내 대상 은행들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면서 돈독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4분기까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던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들은 올 들어 단 3개월 만에 모두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저조한 실적을 냈을 경우 그 결과를 이전 회계연도에 포함해 공개하지 않는 방법으로 장부상 흑자를 기록했고, 정부는 이를 묵인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일각에서 은행들의 1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정부는 해당 은행들에 미리 테스트 결과를 전하고 관련 정보를 조금씩 흘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해당은행과의 협의 하에 자본부족분 발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호연도 돋보였다. 가이트너 장관은 공식 발표 이전에 모든 은행이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시장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치밀한 공조 하에 잘 짜여진 각본 때문인지 결말은 대상은행 '전원합격'이라는 해피엔딩이다. 관객(시장)들도 대체로 안도한다는 표정이다. 모두가 만족했으니 미 정부가 주도한 쇼가 흥행에 성공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철저한 시장 논리에 따른 옥석가리기라는 당초의 취지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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