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행과 맞지않는 규제" 컴플라이언스 골치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확정·배포하자 내심 공매도 철폐를 기대했던 관련업계는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계증권사들은 다른 나라들은 공매도 제한조치를 해제했지만, 한국만 제도를 오히려 강화하면서 본사 및 해외지점의 관련규정과 혼선을 빚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볼멘'외국계 "한국만 강도높은 규제"
공매도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외국계증권사들 대다수가 공매도 금지조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기존에도 보유주식 없이 공매도하는 '네이키드 숏'을 금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차입을 통한 공매도의 경우에도 시세악화를 우려해 매도호가가 아닌 매수호가에만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말 주가 급락시점에 금융주에 대해서만 약 10여일간 일시적으로 '네이키드 숏'방식의 공매도를 제한한 뒤 제한을 철폐한 바 있으며 지난해 공매도 제한을 도입했던 대만도 올해 1월부터 공매도금지제도를 폐지했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이 일부 금융주에 대해서만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뒤 제한을 풀었고,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도 공매도 제도를 폐지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만 지나치게 공매도를 규제하면서 다른 나라 법인 및 본사와의 규정 및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들은 공매도가 주가하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유동성을 낮추는 결과를 빚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매도를 허용하더라도 매도호가가 아닌 매수호가에만 주문을 낼 수 있어 시세악화에 큰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른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논란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단기적으로 낙폭을 키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복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실제 일본과 홍콩의 경우 공매도 제한이 없었지만 실제로 주가시세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었으며, 오히려 유동성을 강화한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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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최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공매도 영향을 조사한 결과, 공매도가 직간접적으로 거래 회전율(turnover) 향상에 도움이 됐으며, 시장 효율성과 시장 유동성을 증가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공매도를 제한할 경우 외국계 펀드들이 결국 주식을 팔고 펀드를 청산해야하는 부작용도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외국계펀드 고문은 "장기투자펀드와 장기 헤지펀드들은 공매도 전략을 통해 보유지분율을 유지한 채 수익률을 방어하는 전략을 추구하곤 한다"며 "지난해 급락장에서 많은 펀드들이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면서 보유지분을 매도하고 펀드를 청산해야했다"고 말했다.
◇포지션 합산방식,'혼선' VS '국제기준 부합'
금감원이 배포한 포지션 합산 방식의 경우, 원칙적으로 개별합산을 어렵게 했다는 의견과 국제기준에 맞게 개별합산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금감원은 역외 금융투자업자의 경우 트레이딩 조직단위를 원칙적으로 '법인격'을 중심으로 하나의 ID로 통일해 포지션을 합산키로 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금융투자회사의 내부 조직(trading desk)이 조직별 독립성에 대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내부 조직별로 개별합산도 가능토록 했다. 즉 외국계증권사의 경우 1개사에 1개의 ID만 원칙적으로 부여되지만, 관리감독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충족하고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개별사업부별로 하위ID를 부여해 개별합산하도록 기준을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하위ID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본사 및 해외지점의 관련규정과 달라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며 "사실상 한 회사에 1개 ID만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한국법 안에서 외국계증권사들에게 하위ID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가 공매도 금지를 폐지하기 위해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조치는 공매도 해제조치와는 전혀 별개의 가이드라인"이라며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금융감독의 영역을 확대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