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외인에 주목… 매수 전환되면 지수 도약 가능
코스피지수가 15일 1.5% 가량 하락하며 다시 14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이날 지수의 하락은 다른 변수들을 제외하고 수급 상으로만 보면 '외국인의 매수 강도 둔화, 기관의 매도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 매도를 뜯어보면 실질적인 이유는 '프로그램 매도'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전형적인 웩더독(선물시장에 의해 현물시장이 영향 받는 현상)이다.
프로그램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약 300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 시각 현재 기관의 총 순매도 금액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프로그램은 특성상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매매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대형주들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이 때문에 지수 하락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막대한 매수 여력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은 현물과 선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에 따라 움직이는 차익거래와 이와 무관한 비차익거래로 구성된다. 계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비차익거래를 제외하고 차익거래만 따질 경우 약 4조원의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기준 매수차익잔고는 6조2112억원, 매도차익잔고는 3조7432억원이다. 올해 매수차익잔고는 약 8조4000억원까지 증가한 바 있고 매도차익잔고는 2조2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바 있다. 과거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매수차익잔고는 약 2조2000억원, 매도차익잔고는 약 1조5000억원 정도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실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막대한 프로그램이 매수로 돌아선다면 증시 수급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1400선 초반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지수가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초에도 프로그램과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코스피지수를 1000선에서 1200선으로 끌어 올렸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매수 여력은 쌓여 있지만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의 매수 전환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건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선물 매수로 '확연히' 돌아선다면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프로그램의 본격적인 '주식 사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시스는 이달 초부터 백워데이션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워데이션이란 '선물가격-현물가격'이 마이너스란 얘기로 현물이 선물보다 비싸다는 얘기다. 결국 비싼 현물을 팔고 싼 선물을 사는 차익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백워데이션의 이유가 바로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가끔 매수할 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월물 만기 이전에 약 5만 계약 수준의 매도 포지션을 누적했고 이중 약 3만 계약 정도를 9월물로 롤오버 시켰다. 현물시장에서는 사고, 선물시장에서는 팔고 있으니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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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선물 시장의 수급 차이가 결국 선물시장의 베이시스를 백워데이션으로 이끌고 있다"며 "베이시스 개선의 키 포인트는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로 확연하게 돌아서느냐 여부"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당분간 외국인이 곧바로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6월물에 비해 9월물 가격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도 외국인이 3만 계약 정도의 매도 포지션을 9월물로 롤오버시켰기 때문이다. 선물 매도는 가격이 하락해야 돈을 벌 수 있다. 가격이 낮은 상태에서 매도 포지션의 롤오버를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매도를 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지난 3월 만기에도 외국인은 2만 6000계약의 매도 포지션을 롤오버했고 이번 만기에도 비슷한 수준인 약 3만 계약을 롤오버 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이 정도의 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다만 지난 3월초부터 4월까지 외국인들이 누적했던 매도 포지션을 환매하면서 프로그램이 매수로 전환했음을 상기하면 '어떤 시그널'이 나타나면 외국인들이 선물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심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 매수로 돌아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의 바닥난 프로그램 매물 때문에 프로그램 부담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프로그램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현물시장에서 약화되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 강도를 감안하면 수급상 매수 주체가 없어 증시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