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30일 실시될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이 분명해진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민주당은 독자적 개헌이 가능한 32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 유력한 상태다.
자민당이 1993년 비자민 정당 연합에 약 10개월간 정권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따라 세계 2차대전 이후 집권 자민당과 오랜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던 기업들도 '줄'을 바꿔 타기 위해 바쁜 상황이 됐다.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이번 총선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05년 총선에서는 우정민영화 공약에 찬성한다면서 자민당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엔 정권 교체 가능성을 고려해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일본기업연합회(JBF)가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민주당의 일부 공약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새 정권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이단렌의 중립 선언은 과거 자민당과 재계의 유착 관계를 고려할 때 파격적인 변화다. 이는 재계의 정당별 정치기부금 액수만 비교해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07년에 게이단렌은 자민당에 29억1000만엔(3090만 달러)의 정치헌금을 한 반면, 민주당에는 0.27%에 불과한 8000만엔을 기부했다.
게이단렌은 정당의 정책 평가에서도 자민당에는 대부분 'A'를 주고 최소 'B' 이상의 점수를 매겼다. 반면 민주당에는 단 한번도 'B' 이상을 주지 않았고 기업 환경에 대한 민주당의 정책에는 평균적으로 낙제점 수준인 'D'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자민당과 대척점에서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온실가스배출 규제, 임시직 근로자 고용 기준 강화 등 게이단렌이 불편해 할 만한 공약들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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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이 잇따른 정책 실패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일본 재계는 소극적인 태도로 관망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반세기동안 일본을 지배한 자민당조차 1986년 단 한 번 밖에 오르지 못했던 300석 고지를 넘어 전후 최대 공룡정당으로 올라설 상황이 되자,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크리에브 개빈 앤더슨의 앨리슨 어레이 컨설턴트는 "일본 기업들의 정서는 자민당과 가깝지만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과 줄을 대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눈치보기에 바쁜 개별 기업들과 달리 게이단렌과 민주당의 관계는 여전히 긴장감이 느껴진다. 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캐논 회장)은 최근 선거공약을 설명하기 위해 민주당 당직자들이 방문한 직후 경제 성장전략이 취약하고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2020년까지 대기업들의 탄소배출을 1990년 대비 25% 줄이겠다는 민주당의 목표치도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재계의 긴장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노선에 어느 정도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여당으로서의 민주당이 경제회복을 위해 대기업들을 끌어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 씽크탱크인 토쿄재단의 이시카와 카즈오 수석연구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획득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대부분 자민당과 유사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