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홀릭, 100만원짜리 명품텐트 사는 이유

캠핑홀릭, 100만원짜리 명품텐트 사는 이유

원종태 기자, 박희진, 김유림
2009.11.06 15:05

#1. 증권사에 다니는 김영진(38, 가명) 과장은 지난달에 캠핑 명품으로 불리는 일본 S사의 텐트를 108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가격은 국산 텐트에 비해 20~30% 정도 비싸지만 텐트 안에 야전 침대와 식탁, 키친 테이블까지 들여놓고도 여유 공간이 남을 정도다.

두 달 전부터 캠핑에 빠진 김 과장은 지금까지 캠핑용품을 사는 데만 300만 원 넘게 썼다. 그래도 추가로 장만해야 할 장비가 많다고 느낀다. 김 과장은 올 연말에는 100만 원이 넘는 그릴 테이블인 IGT(Iron Grill Table) 세트를 구입할 계획이다. IGT는 조립식으로 식탁 위에 전용 불판까지 세팅할 수 있다. S사 제품은 내년 가격 인상설이 나오며 매니아들의 수요 증가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2. 네이버 동호인 카페 '캠핑퍼스트'는 지난달 말 회원(6만8735명)들을 대상으로 16만 원짜리 동계용 침낭을 2000개나 공동 구매했다. 지난 8월 말 2500개에 이은 두 번째 공동 구매였는데도 인기가 식을 줄 몰랐다. 동계용 침낭은 전형적인 겨울 캠핑장비인 것을 감안할 때 매니아 사이에서 겨울 캠핑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캠핑 시장이 뜨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캠핑 인구가 크게 늘며 캠핑용품 관련 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자신을 '캠핑폐인'이나 '캠핑홀릭'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캠핑족들은 펜션이나 콘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대자연의 묘미 때문에 캠핑에 빠져든다. 김 과장은 "별이 쏟아지는 밤에 화롯불을 밝히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일주일의 피로가 날라 간다"며 "캠핑을 하고부터 가족들과의 대화 시간도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며 자연친화적인 여가생활을 추구하는 수요가 캠핑홀릭을 탄생시켰다고 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김영수 전무는 "국내 캠핑시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급성장하다 펜션과 리조트 등 숙박시설이 개선되며 1995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자연친화적 여가활동이 다시 주목받으며 캠핑이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캠핑용품의 진화도 캠핑홀릭의 탄생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요즘 나오는 캠핑 장비는 기능이 크게 개선돼 야외에서의 하룻밤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불황 불구, 캠핑용품 매출 '쑥쑥'=코오롱스포츠는 텐트 매출액(10월 말 기준)이 지난해보다 74% 증가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캠핑용품의 경우 아직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제품 판매율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일반적인 스포츠용품 판매율이 60~70%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판매 호조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네파는 최근 캠핑용품이 매출 증가의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 네파를 만드는 평안섬유 김형섭 대표는 "아웃도어 의류부문의 매출 성장세가 지난해 대비 20~30%인 반면 캠핑용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7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포텍은 올해 텐트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0% 늘어날 전망이다. 반포텍 관계자는 "캠핑 필수품인 텐트는 경기침체 영향 없이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며 "캠핑 매니아들은 동계형 텐트와 나머지 3계절용 텐트를 별도 구비할 정도"라고 말했다.

코베아는 올 들어 캠핑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거래점을 50개로 불렸다. 지난해 말까지는 30개에 그쳤지만 캠핑이 인기를 끌며 캠핑용품을 납품해달라는 거래점이 크게 늘었다.

유통업계도 캠핑 매출이 호황이다. 이마트는 1~10월 캠핑용품 매출액이 지난해대비 18% 증가했다. 오픈마켓 옥션도 지난 1~10월 캠핑용품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인터파크도 1~10월 캠핑용품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50%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캠핑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캠핑족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으며 인터넷을 통한 캠핑용품 구매도 크게 늘고 있다"며 "캠핑장비 뿐 아니라 간편 식품과 차량용품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100만 명 캠핑시대, 시장 100% 커질듯=캠핑 인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시장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60만 명 수준인 캠핑 인구가 앞으로 2∼3년 새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 캠핑용품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 김영수 전무는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많은 산이 있어 등산용품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처럼 천혜의 자연조건과 여가생활의 진화로 캠핑용품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캠핑 특수는 계속되고 있다. 여름 뿐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캠핑족들의 쇼핑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온라인 쇼핑몰의 캠핑용품 판매 상위 10위 상품 중 절반은 침낭제품이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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