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김봉수식 개혁'...폭풍 속으로

한국거래소 '김봉수식 개혁'...폭풍 속으로

김명룡 기자, 오상헌
2010.01.18 07:18

임원 절반 해임, 민간식 속전속결...거래소·시장 변화 주목

한국거래소에 대지진이 일고 있다.

진앙지는 지난 연말 사상 첫 민간 출신 수장으로 취임한 김봉수 이사장.

지난해 우여곡절끝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거래소에 아이러니하게도 민간식 개혁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취임 2주만인 지난 14일, 전체 임원 18명에게 사표를 쓰게 했다. 하루 뒤인 지난주 금요일, 임원의 절반인 9명의 사표를 수리해버렸다.

내심 의례적인 '재신임'수준의 인사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김봉수식' 개혁의 속도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김이사장은 사직서 수리 이전에 임원들과 일일이 면담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접수-개별면담-최종결정까지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 즉석에서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증권업계 출신 CEO의 전형이다.

거래소의 핵심 본부장인 이광수 유가증권시장 본부장과 전영주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이 물러났고, 본부장보 중에선 유가증권시장본부 김재일, 박용진 이사, 시장감시위원회 신은철, 김정수 이사가 물러났다. 코스콤으로 자리를 옮기는 차왕조 경영지원본부장보의 사직서도 수리됐다. 이밖에 김정우 경영지원본부 전문위원과 홍성희 해외사업단장의 사표도 수리됐다.

거래소는 이 같은 인사를 오는 18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으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복잡한 절차가 사라지고 등기이사 인사 절차가 단순화됐다"며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려면 1월 안에 후임 인사와 조직개편까지 윤곽을 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단 이번 인사뿐 아니라 지난해 31일 그가 취임한 이래 지각변동의 조짐은 감지됐었다. 사실상 첫 근무일인 지난 4일 거래소 인원 10% 이상 감축과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출근시간도 부서별 직급별로 30분~ 1시간씩 당겨졌다. 김이사장이 오전 9시에 회의를 소집했는데, 그제서야 출근해서 회의 준비를 하는 직원들을 보고 대노했다는 후문이다.

취임한지 열흘만인 8일에는 전직원이 참여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직원들 20~30명씩 조를 짜서 거래소 개혁 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워크숍은 거래소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고해성사에 가까웠다는 후문이다. 김이사장은 "거래소 안에 와서 보니 직원들이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크숍을 통해 거래소 개혁과 인사의 정당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는 말로 들린다.

김 이사장은 조만간 이사장 직속이자 내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개혁추진단’을 구성을 완료해 강력한 후속조치를 펴나갈 예정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번에 해임된 임원들이 대부분 거래소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직원들은 바깥에서 들어온 김이사장의 '개혁 태풍' 강도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김이사장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는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키움증권 시절 그가 거래소를 접하며 뼈져리게 느꼈던 과제들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가 회원 증권사와 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관료화하고 남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김이사장 역시 거래소가 과거 키움증권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린데 대해 '소송 불사' 결의를 다진 적이 있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거래소 임원추천위원회 한 위원은 수익성과 시장안정 방안등에 대한 세부 업무 계획을 내세운 타 후보들에 비해 김 이사장은 "확실히 바꾸겠다"는 말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돌이켰다.

반달만에 성과를 예측하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이 거래소와 자본시장의 안정을 해칠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무풍지대에서 안주해온 거래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거래소에 불고 있는 '김봉수식 개혁'이 거래소는 물론 한국 자본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