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밀어줄 제도적 틀 마련 시급

'기술' 밀어줄 제도적 틀 마련 시급

신수영 기자
2010.01.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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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금맥 바이오시밀러<중>

지난해 말 한 바이오회사의 관절염 치료제를 두고 '바이오복제약'(바이오시밀러) 진위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회사가 "보건당국으로부터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하자 보건당국이 "바이오시밀러로 임상 계획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던 일이다.

임상 3상은 동물임상(전임상)과 건강한 사람(또는 일부 환자) 대상의 임상을 거친 뒤 다수 환자에 대해 광범위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된다. 치료제가 되려면 임상 결과가 좋으면 된다. 그런데 굳이 '시밀러'냐 아니냐가 문제가 됐던 이유는 이렇다.

◇아무나 못 만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시밀러란 '기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신약)을 다른 제조방법을 써서 생산한 것'으로 오리지널과 구조 및 효능이 같아야 한다. 이 회사의 경우 '엔브렐'과의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의 시험계획은 이런 점을 입증하도록 짜여 있지 않았다.

단순히 오리지널과 비교해 '효능이 나쁘지 않음'만 입증토록 돼 있어 그냥 '관절염 치료제'라고 할 수는 있어도 '어떤 약의 시밀러'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 사례는 그만큼 '바이오시밀러'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는 화학합성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을 만들어 돈을 벌어왔다. 따라 하기 쉽고 위험부담이 적어서다. 바이오시밀러는 신약보다는 만들기 쉽지만 이런 제네릭 보다는 훨씬 어렵다. 일례로 제네릭은 개발과정에서 대부분 임상이 생략된다. 국내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혈중 약물 농도로 오리지널과 동등성 입증)만 통과하면 시판허가를 내준다.

반면 구조가 복잡한 단백질을 모방한 바이오시밀러는 결과물이 예상에서 어긋날 수 있어 별도의 임상을 거쳐야 한다. 각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산업 육성을 위해 승인규정 마련에 나선 이유다. 시판허가를 해주려면 '이런 방법으로 임상 등 개발을 해라'는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선점 위해 기준 마련 분주=새로 열리는 시장인 만큼 규정 마련은 선점효과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들어가는 비용이나 개발기간을 감안하면 시밀러 시장은 후발 기업이 뒤쫓기 어려운 구조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약 400억~800억원(생산설비 투자비 포함)이 든다. 신약개발(1000억원 이상)보다는 한참 싸지만 제네릭(수억원대)처럼 만만하지는 않다. 개발기간도 제네릭보다는 2~3배가 더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과 투자가 필요해 준(準)신약급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며 "진입장벽이 높고 제품 수명주기(라이프사이클)는 길어 도전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틀이 가장 먼저 마련된 곳은 지난 2005년 가이드라인을 만든 유럽이다. 덕분에 유럽에서는 바이오신약 중 비교적 특허문제에서 자유로운 인성장호르몬 등 3~4개 성분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하다. 노바티스의 자회사 산도즈와 네덜란드 크루셀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밖에 일본과 한국이 각각 지난해 4월과 7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오승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3개 국가가 규정을 마련함과 동시에 강하게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유럽이 3개 성분 13개 품목에 대한 시판허가를 진행해 가장 앞섰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관심…다국적社도 진출=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은 시밀러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자국 내 오리지널 개발사가 많아 이들의 독점권 보호를 위해 관련 규정 마련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등에 힘입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참여도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가 시밀러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화이자는 빈혈약 '에포겐'과 혈전제거제 '로베녹스' 등의 시밀러를 개발, 4~5년 뒤부터 10~15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7위권 머크는 2017년 6개의 시밀러 출시가 목표다. 특히 이들 다국적 제약사는 제품 확보를 위해 바이오의약품 관련 회사와 제휴·인수합병 등에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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