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여행사, 상장직후 쫓겨난 사연

촉망받던 여행사, 상장직후 쫓겨난 사연

김동하 기자
2010.02.08 07:30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대손충당금·미수금은 ‘횡령창구’

[편집자주] 코스닥은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우량기업들이 역동치는 곳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실적과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지만, 루머와 역정보가 난무하는 냉혹한 곳이죠. 한국의 미래와 대박의 기회가 담긴 블루오션. 그러나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코스닥의 숨겨진 얘기, 때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본 배낭여행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증시에 혜성처럼 등장한 여행사가 있었습니다. 개별자유여행 선두업체인 여행박사입니다. 이 회사는 코스닥 시장에 '에프아이투어'라는 이름으로 우회상장했지만, 부도덕한 최대주주를 만나 곤욕을 치른 뒤 상장폐지되는 비운을 맛봐야 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여행박사의 지분 100%(상장 후 64.3%)를 보유한 최대주주 트라이콤트라이콤과 에프아이투어는 모두 코스닥 상장폐지실질심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퇴출됐습니다.

에프아이투어는 여행박사가 액슬론을 통해 우회상장하면서 2008년 6월에 상호를 바꾼 기업입니다. 당시 창사 후 최초로하나투어(41,950원 ▲1,150 +2.82%),모두투어(11,230원 ▲240 +2.18%),롯데관광개발(19,950원 ▲200 +1.01%)에 이어 업계 4위까지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증시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그 과정에는 최대주주인 트라이콤의 기막힌 자금유출이 있었습니다. 2008년 에프아이투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단기대여금은 무려 27억4700만원, 그 중 대부분인 27억4000만원은 대손충당금으로 잡혔습니다. 단기 대여금 대부분을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의미는 결국 못 받을 돈으로 인식했다는 얘기겠죠. 결국 단기대여금은 어디론가 빠져나갔습니다.

미수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0억6000만원을 미수금으로 잡고 7억6000만원은 못 받을 ‘대손충당금’으로 잡았습니다.

더 기막힌 건 선급금이었습니다. 무려 67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하고 이중 38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잡았습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도 33억원의 선급금을 썼지만, 대손충당금은 쌓지 않았는데, 갑자기 선급금이 배가 넘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요. 더욱이 ‘못 받을 것’으로 설정한 선급금은 38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에프아이투어와 트라이콤간의 거래입니다. 에프아이투어는 트라이콤 경영진에만 5억2600만원을 단기대여했고, 이 돈 역시 못 받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습니다.

또 애니포월드와 트라이콤앤미라는 특수관계사에 총 20억원의 선급금을, 에스엘오디오랩와 한국무선네트워크 등 투자회사에도 선급금을 잡은 뒤 못 받을 돈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모두 자산 70억원 미만의 조그만 트라이콤 관계사들이어서 따로 감사를 받지 않습니다.(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로는 100억원 미만에 해당)

한 회계사에 따르면 '기업이 돈을 빼돌리는 주된 창구’가 바로 이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자회사입니다.

에프아이투어는 또 트라이콤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차입한 144억원과 하나은행으로부터 차입한 91억원도 전액 지급보증을 섰습니다. 더욱이 2008년 이후 2009년 초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면서도 에프아이투어는 트라이콤에 6억원을 포함해 계열사에 총 19억1000만원을 대여했습니다.

에프아이투어는 205억 7000만원의 주식발행 초과금과 23억6000만원의 자본잉여금이 있던 기업입니다. 2008년 196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는데, 영업손실은 3억5000만원도 안됐습니다. 트라이콤이라는 최대주주를 만나 상장이 된 후 영업외비용은 무려 211억원에 달했던 겁니다.

결국 에프아이투어와 트라이콤 모두 상장폐지됐지만, 퇴출만이 능사만은 아녔던 것 같습니다. 파렴치한 경영진 탓에 손해를 본 주주들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을까요.

더욱이 트라이콤의 퇴출사유가 사업보고서 미제출, 에프아이투어는 자본전액잠식인 점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트라이콤이 에프아이투어에서 돈을 다 빼돌린 뒤 사업보고서를 안낸 건 '자진'해서 상장폐지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생깁니다. 트라이콤 측에서 빼간 막대한 자금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궁금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