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초고속 성장기업, 최악의 기업되다

[Book]초고속 성장기업, 최악의 기업되다

강인귀 기자
2010.02.24 14:50

2001년 미국을 떠받들던 쌍둥이 빌딩 두 개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9.11테러로 뉴욕의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면서 테러에 대한 정신적 공포를 안겨준데 이어 휴스턴의 쌍둥이 빌딩 데스스타가 몰락하면서 미국인들이 최우선가치로 내세웠던 신용과 정직에 치명타를 안겼다. 데스스타는 미국 에너지산업의 심장부인 휴스턴의 상징으로 자리한 엔론의 본사였다.

<엔론스캔들>은 15년 만에 1700%의 초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7대 기업으로 군림하던 에너지제국 엔론의 몰락을 다뤘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엔론의 몰락 과정과 내막을 상세하게 담았다.

저자인 베서니 맥린은 엔론의 비리를 처음으로 기사화했다. 엔론이 마침내 파산을 선언한 후 추가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세상에서 가장 잘난 놈들이 벌인 오만, 탐욕, 과대망상, 극심한 이기주의가 세계 경제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그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서술했다.

엔론의 본사 빌딩인 데스스타에는 세계 선도 기업이라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었다. 6년 연속 미국인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엔론의 초고속성장은 미국경제가 자랑하던 규제완화의 상징이었고, 엔론이 기업이념으로 내세운 신용과 정직은 미국의 자본주의의 바탕인 청교도 정신의 상징이었다.

엔론은 유능하고 총명한 인재들로 가득한 똑똑한 에너지 기업이었다. 규제완화와 민영화에 힘입어 미국전역과 남미 등지에 수많은 발전소를 세웠다. 에너지기업으로 날린 이름을 발판 삼아 인터넷 중개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때마침 90년대 말 불어 닥친 닷컴 열풍으로 주가는 폭등했고 엔론은 다각화된 사업분야를 통해 미국경제를 다스리는 제국으로 군림했다.

초고속 성장만큼 몰락도 한순간이었다. 2001년 초 닷컴 열풍이 식어가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고 내부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때 저자가 엔론의 초고속 성장에의 의문을 담은 기사를 썼고 언론사들도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연이은 보도와 이어진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미국인들이 선망하던 초고속 성장의 신화는 에너지 가격조작, 장부조작, 분식회계, 정경유착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회계법인인 아더 앤더슨의 분식회계 눈감아주기와 정치권이 정치자금과 관련해 느슨한 규제를 지속한 것이 엔론 성장 배경으로 드러났다.

결론은 파산선고였다. 직원들은 퇴직금도 지급받지 못한 채 실직자가 됐고 아더 앤더슨도 몰락했다. 하지만 정치인의 처벌은 없었다. 단지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란 약속을 했을 뿐이다.

청산되지 않은 2001년의 기억하기 싫은 추악한 과거는 세계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계속됐다. 제어장치 없이 무한 확장으로 치닫는 기업경영에 모럴헤저드와 정경유착, 부정 회계처리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결국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라는 파국을 맞이했고 리먼 브라더스와 시티그룹 등은 반성 없이 과거를 잊은 행동을 고수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거대기업이 되기 위한 탐욕은 결국 몰락으로 이어지고 책임 없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을 불러옴을 엔론의 흥망과정과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당장 상관없어 보이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를 제2의 엔론을 경계하고, 기업의 윤리성과 건전성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점검할 때 더 큰 책임을 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엔론 스캔들/베서니 맥린, 피터 에킨드 지음/방영호 옮김/서돌 펴냄/800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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