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계단의 재발견] KT '올레계단'...한 계단 한 계단이 올레 코스길

직장인 A씨. 월요일 아침 힘겹게 일어나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선다. A씨가 아침에 서둘러 간 곳은 다름아닌 '올레길'이다.
A씨는 휴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직장이 제주도에 있는 것도 아니다. A씨의 직장은 서울 서초동 교대역 부근이다.
도시 직장인들, 바쁜 업무 때문에 한가로운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 휴가는 여름 한철뿐이다. 이럴 때 짧게라도 제주 올레길을 걸을 수 있다면 갑갑한 일상에서 더없이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이것을 실현한 곳이 바로 KT 서초동 사옥의 '올레길 계단'이다.
KT(62,700원 ▼100 -0.16%)사옥의 올레길 계단은 이석채 회장의 아이디어다. '올레'(olleh)를 회사의 마케팅 구호로 삼은 KT로서 올레길은 회사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올레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생각해낸 게 바로 계단을 올레길로 만들어보자는 것.
민태기 KT 상무는 "'걷고 싶은 계단'을 만들어 직원들의 건강을 조금이라도 챙겨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제주 올레길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 기술과 문화를 잇는 KT의 네트워크와 유사성이 있다는 점에서 올레길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수는 1300여명.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는 한정된 터라 엘리베이터 앞은 늘 직원들로 만원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10분 이상 기다리기도 일쑤다. 3~4개 층 정도는 걸어다닐 법도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관성은 꽤 컸다. 그때 등장한 게 '올레길 계단'이다. 삭막한 계단, 걷기 힘든 계단이 올레길로 탈바꿈하면서 직원들도 하나둘씩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KT의 올레길은 총 14개 코스로 돼 있다. 제주 올레길하고 코스도 같다. 한층 한층 계단 옆 벽면을 제주의 절경과 운치있는 글귀가 가득 메우고 있다. 오르는 이의 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1코스인 '오름-바당'의 성산일출봉을 지나 모슬포, 볼래낭길을 지나노라면 어느덧 마지막 14코스의 한림항에 도착한다. 그리고 층수를 확인하면 놀라게 된다. 7층이다. 엘리베이터의 영역으로만 생각한 7층을 걸어올라간 기분이 나쁘지 않다.
탁해지기 쉬운 공간의 특성상 에어클리너도 3개층에 1대씩 설치됐다. 그러자 계단을 이용하는 직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길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자산경영실의 홍성필 부장은 "각 층의 계단 입구마다 설치된 출입기록기를 보면 한달에 140회 이상 출입한 직원도 있다"며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한 직원에게는 구내 이발소 무료이용권을 지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계단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이다.
간단해 보이는 올레길 계단도 시공비용은 적지않게 들었다. 사옥 내 계단 2군데를 합쳐 8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이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엘리베이터 이용이 감소하면서 줄어든 전기료, 무엇보다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직원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