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가 높여주지 못하는 ‘속사정’

대기업, 납품가 높여주지 못하는 ‘속사정’

김경원 기자
2010.07.21 15:15

대기업 구매담당 팀장, “납품가 높여 주면 내가 옷을 벗는다”며 사정

대기업 구매담당 팀장이 1차 벤더의 납품가를 올려주지 못하는 있는 이유가 있다. 자신의 인사평가와 직결돼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중소기업이 대기업 측에서 납품가를 높여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매년 1차 벤더의 납품가를 인하해 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납품가를 낮춰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올 들어 대다수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이 제품을 생산해서 대기업에 납품해도 이윤이 거의 없는 상태다. 대기업에 납품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해도 대기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L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K 대표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납품가를 인상해야 하는 요인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대기업 구매담당 팀장들이 납품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K 대표에 따르면 L 기업 구매담당 팀장은 “납품가를 높여주면 내가 옷을 벗는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내 대기업 구매담당 팀장들이 중기 제품의 납품가격을 인상하면 인사 때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염려가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이 회사는 거래처 가운데 중소기업에 제공할 때는 납품가격을 약간 올렸다. 하지만 대기업에 납품할 때는 납품가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K 대표는 “대기업에 납품가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면 높일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다른 물건을 납품할 때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 강력히 요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납품가 인하는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이다.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K 대표는 “성과주의 중심의 인사평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대기업이 직원을 평가할 때 ‘매출’ 중심이 아닌 ‘이익’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구매담당팀장들이 납품가를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납품가를 낮추다보니 중소기업은 정상적인 마진폭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다.

K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을 주장하지만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직원들을 ‘이익’ 중심이 아닌 ‘매출’ 등의 실적 중심으로 평가하면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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