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소기업은 알파벳 기업(?)”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알파벳 기업(?)”

김경원 기자
2010.07.28 15:12

#1. 국내 A중소기업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납품가를 인상해야 하는 요인이 발생했다. 이 기업은 L그룹에 부품을 납품할 때 구매담당 팀장들이 납품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적극 막고 있어 답답해하고 있는 상태다.

#2. B중소기업은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구매할 수 있으나 가격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해외 원재료 가격이 30% 하락하고 있는데도 국내 대기업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수출경쟁력을 잃고 있다.

#3. C중소기업은 자사 제품이 대기업에 납품했다는 기사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대기업 고위관계자가 직접 회사를 찾아와 “다시는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홈페이지에도 납품 소식을 남기지 말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4. 지난해 매출이 좋았던 D중소기업은 “이번 실적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애써 실적을 깎아 내린 적이 있다. 실적이 좋다는 게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대기업이나 다른 회사에서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해서다.

#5. 종소 제조업체인 E기업은 대기업에 납품한 뒤 실질적으로 6개월 만에 납품대금을 받기도 했다. 대기업 두 곳이 진행하는 사업이었는데, 상대편 기업의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금을 늦게 받았다는 게 이유다.

국내 중소기업이 언론에 민감함 사안이 나올 때마다 회사 이름보다 알파벳 첫 글자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알파벳 첫 글자는 유추라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어느 기업인지 모르게 알파벳 순으로 불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 그럴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대기업이 자사에 불리한 기사가 나갔을 때 정보제공기업을 추적해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에서다. 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업체로서 원청업체를 직접 비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어차피 같은 업종에 있으면서 대기업의 심지를 거슬리게 해서 좋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부도가 났으나 국내 대기업에 납품했던 K 대표는 “다시 재기할 때 대기업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반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는 시장경제 체제로 놔두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대기업을 규제해서 중소기업을 도우라고 하면 대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는 제도나 법으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 스스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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